예산전쟁 끝, 내부 정치 나서는 국회 (상보)

- 예산안 거치면서 멀어진 국민의당ㆍ바른정당
- 빈손, 마무리한 한국당…‘대여투쟁력’이 선거 관건으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예산안을 지나면서 정치현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대여투쟁력이 도마에 올랐고, 국민의당ㆍ바른정당은 심리적 거리감이 생겼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번 예산안을 빈손으로 끝냈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연스레 오는 12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도 투쟁력ㆍ여당 견제전략 등이 시험대에 올랐다.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막겠다고 여기저기서 외치는 중이다.

예산안 심사 때도 이런 퍼포먼스는 나타났다. 김성태 후보는 의장석에 다가가 의장 단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이주영ㆍ홍문종 의원도 눈에 띄었다. ‘나 싸움 잘한다’는 선거 유세인 셈이다.

[사진설명=6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가 산회돼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서 전략이나 투쟁력과 같은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ㆍ여당과 국민의당이 정국을 주도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는 정부는 국회동의가 필요없는 인사 문제는 강행으로 일관했다.

이번 예산안도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빈손이었다. 허탈감이 의원 사이에 스며들었다. 제1야당이지만 40석인 국민의당이 실질적인 결정권자다. 한 원내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끝에 가면 항상 민주당에 붙는다”며 “새로운 전략과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통적 계파가 약해진 점도 능력을 검증과제로 꼽을 수 있는 이유가 됐다. 과거 저선 의원 대다수는 공천 등으로 말미암아 자동적으로 계파에 합류했다. 때문에 공약이나 연설은 하나의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오로지 세 싸움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한국당엔 마땅한 계파가 사라졌다. 자연스레 친박 대 친이(친이명박) 같은 명료한 인물 선거도 불가능해졌다. 친박(친박근혜)ㆍ친홍(친홍준표) 구도에서 중립지대 의원들(이주영ㆍ조경태ㆍ한선교)이 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국민의당ㆍ바른정당 통합은 흐름이 끊겼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해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정책연대협의체에서 바른정당과 함께 예산안을 저지하겠다고 한 직후다.

문제는 두 당 사이에 이런 문제가 속도에 지장을 준다는데 있다. 정책연대는 아무런 힘이 없고, 결국 선거연대 수준이 돼야 지방선거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두 당이 머쓱한 사이가 되면서 갈 길이 멀어졌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주요사무일정’을 참고하면 1월 15일까지 인구수 등의 통보가 이뤄진다. 2월부터는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된다. 물리적 시간 제한을 고려했을 때, 선거연대를 위해선 1월까지는 적어도 논의는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 선관위 구성을 하든, 경선 규칙을 정하든 할 수 있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전략없는 야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에 바로 진정에 나섰다. 그는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에 반대했다”며 “최선을 다해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산안을 거치면서 한번 벌어진 감정의 골을 쉽사리 진정되진 않을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 안 대표와 악수하고 사진찍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잘못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실망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통합론을 반대하던 국민의당 의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고 했다. 호남계가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서면 가뜩이나 안 대표 중심의 반쪽짜리 통합논의는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근본적인 정체성이 다른 두 당을 통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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