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야간당직은 ‘외로운 투쟁’이라 불러요”

조인수 의료혁신실장 인터뷰
인구 70만 거주 도봉·강북구
종합병원 응급의료센터 한 곳뿐

“밤이 되면 응급의학과 의사 두 명이 모든 환자를 맡아야 합니다. 다른 과에도 당직 의사가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26개 진료과목을 응급실이 모두 맡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응급실 야간 당직을 ‘외로운 투쟁’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1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일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만난 조인수<사진> 의료혁신실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쏟아지는 업무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인터뷰 직전, 한 남성이 10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진 채로 발견돼 20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조 실장을 비롯한 응급실 내 의사들 대부분이 투입됐다. 이날 이름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남자는 50분 넘는 CPR에도 결국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조 실장은 “기적적으로 모두가 달려들어 심장을 살리더라도 환자가 두 발로 병원을 걸어나갈 확률은 2010년 기준 0.7%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100명이 심정지로 응급실을 찾으면 그 중 한 명도 소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그나마 최근에는 응급처치 교육이 확대돼 3%까지 확률이 올랐다”며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했다.

기적적으로 심장이 다시 뛴다 하더라도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조 실장이 ‘저체온 치료’에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 실장은 “환자의 체온을 33도까지 낮춰 추가적인 뇌손상을 방지하는 과정”이라며 “저체온 치료로 지난해에만 우리 병원에서 17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저체온 치료를 ‘한 명의 의사가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만 가능한 치료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도입 초기에는 24시간 환자 옆에 있어야 했다”며 “3~4년 동안 밤마다 불려나가며 치료법을 정립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8명이나 배정된 한일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 실장은 “저체온 치료에 공감해도 2차 병원에서는 인력난 탓에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지방의 경우에는 간호사조차 구하기 어려워 응급구조사가 병동에까지 배치돼 간호 업무를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겪는 의료진의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치료도중 죽는 사람이 가장 많은 응급의학과 특성상 보호자들에게 환자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도 엄청난 스트레스”라며 “흥분한 보호자를 설득시키다 보면 의사도 지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환자가 사망한 다음에도 응급실 의사들의 부담은 이어진다. 지난달 병원은 연고없는 시신을 두고 고생을 해야만 했다. 한 구는 아예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비 청구가 힘들어졌고, 다른 한 구는 보호자들이 인수를 거부해 병원이 떠맡아야 했다. 조 실장은 “환자가 퇴원하면 다행이지만, 사망한다 하더라도 의사의 업무가 끝나지 않는다”며 “사망진단서로 인한 시비 등 행정적인 스트레스도 크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의 수장이면서 의료혁신실장이라는 직함까지 맡은 그는 요즘 화상센터와 심장ㆍ뇌혈관센터와 응급의료센터를 연결하는 병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조 실장은 “1차 리모델링을 마치고 현재 2차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라며 “도봉ㆍ강북 지역의 응급환자를 책임지는 병원인 만큼 응급의료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조 실장은 평소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후배 의사들에게 ‘항해를 나서는 선장의 마음으로 일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인근 도봉구와 강북구 인구만 70만 명에 달하는데 종합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우리 병원이 유일한 종합병원”이라며 “병원이 문을 닫는 오후 5시 30분부터는 응급의학과가 지역을 책임진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곤 한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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