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과학수업…삼성, 불가리아 교실의 금기를 깨다

‘스마트클래스룸 교육’새바람
‘교실 스마트기기 금지’불문율 깨
교과서 속 그림·도표 등 입체 구현
AR기법으로 창의력·상상력 쑥쑥
부정적이던 정부당국도 정식 인증

[소피아(불가리아)=최상현 기자] “와~교과서 속 그림이 따로따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불가리아 소피아 시내에 위치한 ‘소피아테크파크(Sofia Tech Park)’ 건물 한 동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실 앞에 있는 스크린에 비친 인체 해부도에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인체 해부도 속에 있는 장기(臟器)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스크린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 신기해 했다. 

불가리아 학생들이 스마트클래스룸에서 삼성 AR 프로그램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위)과 교사가 삼성 AR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올해부터 불가리아 소피아테크파크에서 시작된 스마트 클래스룸(Smart Classroom)이 만들어낸 새로운 교육 풍경이다. 스마트클래스룸은 이 나라의 오래된 금기를 깼다.

불가리아에서 ’교실 내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물론 스마트 기기를 교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법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학교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껏 스마트 기기가 학교에서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사실상 스마트 기기의 교실 반입이 금지돼 있는 것이다.

스마트클래스룸은 잠들었던 학생들의 창의적인 두뇌도 함께 깨웠다.

불가리아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증까지 받았다. 불가리아 소피아테크파크는 우리나라의 판교테크노밸리를 벤치마킹해 만든 불가리아의 벤처단지다. 지난 2015년 5월에 완공됐다..

삼성전자 불가리아 현지 사무소가 후원하고 현지 자원봉사단체(NGO), 현지 개발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클래스룸’ 프로그램은 불가리아 과학 교육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다.

스마트 클래스룸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증강현실(AR)을 가르친다. 교과서 속 그림이나 도표, 수식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이해가 쉽고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 학생들에게 3차원(3D)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 제작 기술도 가르친다.

스마트클래스룸의 한 반은 26명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교재는 올해 1학년, 2학년, 5학년, 6학년, 8학년에 이어 내년에 3학년, 7학년, 9학년 교재가 추가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생물, 지리, IT&테크, 기업가 정신(enterpreunership) 등 4과목의 수업이 AR기법으로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소피아를 비롯해 전국에서 15명의 고등학생들이 이 수업에 참가했다.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를 개발한 교사 델리네쉐바(Delinesheva)는 ”학생들이 기기를 직접 사용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학습효과“라며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처럼 학습 자체를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소피아에 있는 엔젤 칸체프(Angel Kanchev) 고등학교 2학년인 시모나 베네타(Simona Venetaㆍ16)는 스마트 스쿨 프로그램을 신청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2주 동안 받았다. 그녀는 3차원(3D) 영상과 애플리케이션 제작 과정을 배웠다.

그녀는 “우리 몸에 있는 기관들을 이해하기가 쉽다. 책으로만 보는 것보다 이해가 잘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주위 친구들이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기존 교실 수업에 비해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앞으로 좀 더 흥미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게임적인 요소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불가리아에서 다른 교육은 인턴십을 해야만 혜택이 있는 데 비해 이 교육은 그런 조건이 없어 좋다”면서 “교실에서 AR 실습을 하면서 핸드폰을 맘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불가리아 사무소 직원인 자스미나 페트코바(Jasmina Petkova)는 “금융위기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술의 부족으로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이 불가리아 학생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교실 내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던 불가리아 정부 당국도 스마트클래스룸의 AR 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직접 스마트폰으로 AR 교육 시연을 해 본 타냐 미하일로바(Tanya Mihaylova) 불가리아 교육부 차관은 “많은 불가리아 학생들이 스마트클래스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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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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