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광장-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2017년 한해를 되돌아보며

2017년이 거의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1월 초에 공사 전 직원이 한데 모여 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리는 ‘침과대단(枕戈待旦)’의 자세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금융안전망의 한 축으로서 해결해낼 수 있는 준비된 조직이 되자고 결의를 다진 것이 아직 뇌리에 생생한데 어느새 달력의 마지막 한 장만이 쓸쓸하게 남아 있다.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송년 모임들을 갖곤 한다. 세모의 문턱에서 모인 사람들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장 즐겨 쓰는 말 중의 하나가 ‘다사다난했던’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올해 지나왔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2017년도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과거 어느 해 치고 아무런 문제없이 평탄하기만 했던 적이 없었지만 특히나 2017년은 안팎의 여러 문제들로 인해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20년 전 우리 사회에 혹독한 겨울 추위를 가져왔던 ‘1997년 IMF 외환위기’의 데자뷰이기라도 하듯 2017년 연초부터 대한민국 경제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했었다. 국내적으로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경제동력의 많은 부분이 방향성을 잡지 못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연착륙 문제와 과열현상을 보이는 부동산경기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미 연준(Fed)의 양적 완화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가시화되는 상황하에서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가능성 등이 더해져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증폭되었다. 특히나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추가 핵실험은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크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의 상황은 마치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형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20년 전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왔듯 위기 앞에서 강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5월 신정부 출범과 함께 당면한 안팎의 어려움에 신속하게 대처해 나간 결과 올해 경제성장율이 3년 만에 3%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무적인 성과를 창출해 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단에 금융시장을 책임지는 금융당국의 여러 노력이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라는 투 트랙을 금융정책의 핵심목표로 삼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포용적 금융을 통해 경제성장의 햇살이 사각지대 없이 좀 더 폭넓게 드리울 수 있도록 매진해 왔다.

예금보험공사 역시도 이러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2017년중 서민 등 취약·소외계층의 금융자산을 적극 보호하는 한편, 채무부담 경감을 통해 장기연체자들이 수년간에 걸친 빚의 고통과 멍에에서 벗어나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올해 예금보험공사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정말 최선을 다했느냐는 자문(自問)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을 통해 금융혁신에 힘을 보태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서재 창밖에 흩날리는 눈을 보니 문득 서산대사의 선시가 생각난다. “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2017년 내내 가지런히 걸어가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지만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아쉬울 따름이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좀 더 따뜻하고 의미 있는 발걸음을 걸어갈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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