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2014년 간첩조작 사건’ 때도 조직적 수사방해

-간첩사건 유우성 씨 변호인단, 검찰에 수사 요청
-“압수수색 때 가짜 사무실 만들고 허위자료 제출…처벌해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국가정보원이 2014년 간첩증거 조작사건에서도 가짜 사무실을 차리고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등 검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간첩으로 지목됐던 피해자 유우성 씨와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단은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서신으로 받은 제보 내용을 밝혔다. 제보자는 국정원 내부자로, A4용지 다섯장 분량을 검찰과 변호인단에게 전달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에 사건을 배당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을 포함한 8명의 국정원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적용혐의는 위계공무집행 방해, 국정원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범인은닉과 증거인멸 교사 등이다. 

김용민 변호사(왼쪽)가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 씨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편지에는 2014년 3월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때 대공수사국 수사3처에서 위장사무실을 만들어 안내하고 허위서류를 가져가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단 김용민 변호사는 “제보자가 매우 구체적인 정황을 기재하고 있어서 추측이 아닌 실제 경험한 것을 제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정원) 윗선이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실망해 내부고발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는 계기였던 국정원 권모 과장의 자살시도에 관한 내용도 언급됐다. 제보자는 ‘원장님(남재준)은 권 과장을 국정원 직원을 대표하는 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영웅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유 씨의 변호인단은 증거조작에 비용 5000만원이 소요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 경비를 결재한 국정원 책임자들을 찾아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증거조작이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과장의 자살시도로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면서 증거조작은 국정원 직원 김모 씨가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권 씨는 자살기도를 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었고, 회복한 뒤에도 ‘증거조작 부분만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은 간첩조작을 했고, 재판 중에는 증거위조까지 했으며 위조가 밝혀지자 자신들의 범행을 덮기 위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면서 “이번 고발을 기화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져 다시는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간첩증거 조작사건은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에 대한 재판에서 조작된 서류를 증거로 제출했던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유 씨를 기소하면서 유 씨의 동생의 진술을 주요 증거로 삼았다. 하지만 유 씨의 동생이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며 말을 바꾸자 공소유지가 어려워졌다. 국정원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유 씨가 중국과 북한을 넘나든 ‘출입경 기록’을 증거로 검찰에 전달해 제출했지만, 이 기록이 국정원에서 위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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