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뭐길래②] 흡연권vs혐연권…‘흡연부스’를 어찌하오리까

-3일부터 실내체육시설도 금연구역 지정
-흡연부스 두고 흡연ㆍ비흡연 갈등 재점화
-“세금으로 흡연부스라도 늘려달라” 주장
-“흡연행위 장려해선 안 된다” 되받아쳐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온통 금연구역으로 두면 흡연자는 어떡하나. 담뱃값이 오른 만큼 흡연부스도 대폭 늘리는 게 맞다.” (서울 중구 40대 직장인)

“담뱃값은 담배를 끊으라고 올린 것. 암을 유발하고 주변 사람에게 피해 주는 흡연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있는 흡연부스도 줄여야 한다.” (서울 노원구 30대 직장인)

이달부터 실내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흡연자의 설 곳도 또 사라진 상황에서 흡연부스 확충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 쪽에서 공공장소 내 담배를 물 수 있는 흡연권을 주장하면 다른 쪽에서는 담배 연기를 거부할 수 있는 혐연권을 내세우는 식이다.

직장인 등이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 9월 7만9391곳에 불과하던 시내 실내ㆍ외 금연구역은 올해 9월 25만4546곳으로 3.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더해 개정된 건강증진법에 따라 지난 3일부터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 1만1631곳 실내체육시설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어, 현재 시내 전체 금연구역은 26만6177곳에 이른다.

반대로 시내 거리 흡연부스는 같은 달 기준 40곳 뿐이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자체 설치한 곳이 광진구 밖에 없던 점을 보면 조금씩 느는 추세기는 하나, 25곳 자치구 중 흡연부스는 서초구와 양천구 각각 8곳ㆍ중구 7곳 등 11곳 자치구에만 조성돼 있는 등 활성화되진 않은 상황이다. 규모도 절반 이상은 10평도 되지 않는 30㎡ 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흡연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연구역이 느는 속도만큼은 아니라도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포구에 사는 흡연 20년차 직장인 황상우(55) 씨는 “금연구역을 우후죽순 만들면서 담뱃값도 올리더니 흡연부스를 만드는 일은 ‘거북이 걸음’”이라며 “흡연부스만 확충되면 길거리 흡연, 꽁초 무단투기 등 문제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비흡연자만큼 흡연자에게도 행복추구권이 있다”며 “(흡연자로 인해) 세금을 더 걷었으면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시민 건강을 위해 금연을 유도해야 할 행정당국이 되레 흡연공간을 만드는 건 ‘아이러니’라는 주장이다. 또 흡연부스가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다는 말도 있으나, 이 또한 연기가 새어나올 수밖에 없고 관리가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임모(29) 씨는 “실제로 몇몇 흡연부스가 그렇듯, 크게 짓는다고 해도 한 두시간만 지나면 꽁초와 쓰레기 천국이 돼 외면받을 것”이라며 “멀리 내다보고 학생들을 위한 금연교육 등에 예산을 더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번 금연구역 확대로 양측간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지금은 현재 기조대로 상황을 보며 흡연부스가 꼭 필요한 곳 위주로 조금씩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흡연부스) 한 곳 설치하는 데도 따져봐야할 게 많아 갑자기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필요한 곳을 찾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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