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인턴→보좌진 전환’…결국 ‘의원님 마음대로’ 채용

-의원실마다 인턴 현황 달라
-기존 인턴보다 새 인물 선호
-국회사무처도 ‘불법’ 용인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국회의원실 보좌직원(별정직 공무원) 1명을 충원하는 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악용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무기간 2년 이상인 인턴의 ‘자동 해고’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의원실마다 사정이 다른데다, 채용을 주관하는 국회사무처마저 끌려다니면서 ‘고용주’인 국회의원 마음대로 채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친인척 채용, 후원회장 자녀 채용 등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국회는 최근 의원 세비(연봉)를 몰래 올려 여론의 몰매를 맞기도 했다. ‘특권 버리기’를 천명해온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2년도 안돼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8급 보좌직원 임용 안내문을 배포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이 2명씩 운용하고 있는 인턴을 1명으로 줄이는 대신 8급 공무원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이다. 총 근무기간이 24개월인 인턴이 2018년 1월부터 자동 해고(국회 인턴제 운용 지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취지다.

국회사무처는 현재 재직 중인 인턴 중 ▷총 재직기간이 2년 이상인 인턴과 ▷13개월 이상인 인턴 순으로 ‘우선 채용’하도록 임용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임용 원칙에 강제성이 없는데다 의원실마다 인턴 채용 현황이 달라 사실상 새 인물로 보좌직원을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A의원실의 경우 인턴 1명이 최근에 그만둔데다 다른 인턴 역시 근무기간이 2~3개월 밖에 되지 않아 8급으로 전환할 만한 인턴이 없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는 새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서 “사정이 비슷한 의원실이 많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의 임용 원칙에 맞는 인턴이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새로 채용하겠다는 의원실도 상당수다. 인턴을 뽑을 때와 정식 보좌진을 뽑을 때 선발기준이 다른데다, 맡아야 하는 역할 또한 분명해지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턴을 재고용할 때 9급을 건너뛰고 바로 8급으로 채용토록 한 규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왜 9급이 아닌 8급으로 채용하느냐’는 것인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8급과 9급의 연봉(동일 호봉)은 300여만원 차이난다. 9급 보좌진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기 밑에서 일하던 인턴이 하루 아침에 상급자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실은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9급 보좌진을 8급으로 승진시키고, 인턴을 9급으로 채용하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는 인턴을 8급으로 채용토록 한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이와 관련 B의원실 관계자는 “통상 9급 보좌진은 의원실 행정과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이고, 인턴들은 정책인턴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책인턴을 8급 정책비서 또는 6급 정책비서로 채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국회사무처는 채용 직급에 대해 각 의원실에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국회사무처 스스로 불법을 용인한 격이다. 결국 ‘인턴의 정규직 전환’은 명분이고 공무원 300명을 더 늘리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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