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수백억 기금? 난 무전기 한대 받을 수 없다”

나경원 의원 주최 조찬세미나
“기금 마련은 내 이름 파는 것”
의료계 기득권 챙기기 한탄

“나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의 한탄이다. 관심을 불러모아 예산을 만들면 어디선가 나타나 숟가락을 얻는 의료계와 정치권의 무능함과 병폐를 한탄한 것이다.

이 교수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포용과 도전 조찬세미나’에 참석 “정치권이 수백억원 기금을 만들어줘도 나는 무전기 한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안이 만들어지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칭 전문가가 등장해 돈을 챙길 뿐이라는 의미다. 이 과정이 끝나면 현장에 있는 ‘나 같은 노동자’에게 남은 건 조롱뿐이라고 회고했다.

포용과 도전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이 교수는 “국민은 이 기금이 만들어지면 제가 대한민국 외상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금 마련 과정에 대해 “내 이름을 파는 거다”고 했다. 그는 “예산만 땄다고 하면 이국종 이름이 나온다”며 “그런데 저 헬기들이 우리 병원 것도 아니다. 이국종의 꿈이 이뤄지긴 뭐가 이뤄졌느냐”고 항변했다.

‘이국종’에겐 허울뿐인 영광만 주고 기금은 기존 의료계 기득권이 챙긴 셈이다. 이 교수는 “갑자기 의료수가(진료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며 “내가 언제 의료수가 올리자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덴만 작전 때도 죽도록 목숨걸고 작전한 사람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현 한국당 의원)과 군인들이었는데”라고 한탄했다.

아덴만 작전 이후 언론과 정치권은 영웅이라며 야단을 벌였지만, 보수적 공직사회에서 그는 그저 튀는 존재였다. 이 교수는 “한 고위공직자가 ‘이국종만 없으면 모든 것이 조용할텐데’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이국종이 없으면 야간에 헬기가 뜰 필요도 없는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감사원도 ‘죽이기’에 동조했다. 2010년도 감사원은 외상센터 모두를 감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감사가 이뤄진 곳은 이 교수가 근무하는 아주대병원을 포함한 3곳이다. 이 교수는 “의원께서는 1억원 가량을 주면서 감사를 하는 걸 봤느냐”며 “우리 포함해 딱 세 개 병원만 하고 끝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거물급 교수들이 인맥을 동원해 정치권을 움직였다. 이 교수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이 적힌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그 메시지에는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 말씀 듣고 판단하지 말라”고 적혀있다. 이후 다른 헬기 사진이 나오자 의원 사이에서는 “왜 저게 목포 (병원으로) 갔지?” “왜 저기로 갔지”라는 소리가 오고 갔다.

이 교수는 “오늘도 이후에 심포지움이 하나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저는 그곳에 초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 “그 곳 참석자들은 전부 의료계 거물들이다. 의원회관에 사시는 (의료계) 분들을 알고 있다”며 “저는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 공직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에 들어온 헬기 다섯대도 아주대엔 절대 안 보낸다고 그랬다”고 했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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