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2018 유통 ①] B급 대중제품도 명품으로…‘B 프리미엄’ 내년에도 간다

-올해 풍미했던 ‘B 프리미엄’, 내년에도 주목
-1만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에서 50만원대 드라이어까지
-“내년에도 기능ㆍ성능 앞세운 ‘고가 시장’ 성장할 것”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저성장, 공급 과잉 시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가성비’ 제품이 시장을 평정했지만, 무조건 싸다고 먹히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의 핵심은 소비자가 인식하는 차별화된 가치에 있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B급’ 제품에 고가ㆍ고급의 프리미엄을 더한 ‘B 프리미엄’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지난해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B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B 프리미엄은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서 역설적으로 고급화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B 프리미엄의 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의 명물 ‘쉐이크쉑(Shake Shack) 버거’ 한국 1호 매장(서울 강남점). 개점 7개월 만에 전 세계 120여 개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DB]

B 프리미엄 제품은 이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소형 가전 시장을 재편했다. ‘명품 무선청소기’ 바람을 몰고 온 데 이어 지난해 50만원대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출시했다. 시중에 출시된 헤어드라이어의 평균 가격(3만~5만원)보다 10~18배나 비싸지만 특유의 날개 없는 디자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저가 필기구의 대명사로 통하던 모나미도 올해 2월 금도금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리미티드 프리미엄 볼펜 ‘153 골드’를 내놨다. 5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두 달 만에 1만6000개가 팔렸다. 소비자들은 대중적인 제품이라도 성능만 뛰어나다면 얼마든지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B 프리미엄은 식품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른바 ‘패스트 프리미엄(Fast-Premium)’은 간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한 끼를 즐기는 현상이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간편하고 빠르면서도 영양가 있는 식단을 선호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도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CU는 올해 설에 이벤트로 횡성한우 도시락을 선보였다. 횡성한우 간편식은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이 선별한 1등급 이상 우육(牛肉)으로 만든 도시락이다. 반응이 좋아 추석에 물량을 두 배(약 45만개)로 늘렸지만 출시 한 달 만에 매진됐다. GS25에서 판매하는 1만원짜리 ‘장어덮밥’ 도시락 시리즈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신장됐다. 

CU 횡성한우 도시락.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이 선별한 1등급 이상 우육(牛肉)으로 만든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올해 설과 추석에 불티나게 팔렸다. [사진제공=CU]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일반 버거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프리미엄 수제 버거 시장은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1호점으로 오픈한 쉑쉑버거 강남점은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 청담점은 3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또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수제버거 4개사와 일반 패스트푸드 3사의 201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분기별 이용 건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수제 버거의 분기별 평균 증가율은 27.7%였다. 반면 일반 버거의 신장율은 0.2%에 그쳤다.

이처럼 올해에도 내수 불황은 이어졌지만 ‘이유 있는’ 고가의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품질과 기능을 갖춘 상품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시에서 ‘기능’으로, 럭셔리에서 ‘B 프리미엄’으로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고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불필요한 과시와 낭비를 걷어내고 꼭 필요한 기능과 성능에 기반한 ‘고가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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