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정책 현실 ②]기다려도 줄지 않는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순번

- 맞벌이ㆍ다자녀 가정에 1순위 배점 2배
- 전업맘 “소득 포기했는데 비싼 민간어린이집 강요” 반발
-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정답이지만 예산 부족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직장인 이모(38) 씨는 최근 전업주부인 아내를 친척 회사에 취직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야 했다. 이씨는 “위법이라는 건 당연히 알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자꾸 뒤로 밀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대기 순번이 한자리 수여서 금방 들어갈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반년이 지나도록 순번이 돌아오지 않아 알아보니 워킹맘 아이들은 언제 신청을 하든 우선순위가 전업맘 자녀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린이집 입소 순위는 영유아보육법 제 28조와 시행령 제21조의 3, 시행규칙 제 29조에 의해 정해져 있다. 1순위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 장애인이나 귝가 유공자의 자녀 또는 부모가 모두 취업중이거나 취업을 준비중인 자녀 등이다. 반면 전업맘 자녀의 경우 같은 어린이집에 형제나 자매가 다니고 있지 않는 한 3순위에 머문다. 

맞벌이 자녀에 대한 어린이집 우선순위 배점이 2배로 늘어나면서 외벌이 가정 자녀는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집 우선순위 현황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와 관련, 맞벌이 가구 입소순위 배점을 100점에서 200점으로 2배 올렸다. 어린이집의 경우 1순위 각각의 항목당 100점, 2순위는 50점을 부여해 합산 점수가 고득점일수록 최종 우선순위를 배정한다.

문제는 맞벌이 자녀가 언제 입소대기 신청을 하더라도 외벌이 자녀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짐에 따라 전업맘의 자녀는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이 씨는 “엄마들이 입소를 원하는 달을 계속 바꾸면서 전업맘 자녀 순위가 자꾸 밀린다는데 제한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업주부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경력과 소득을 포기했는데 더 비싼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을 보낼 수 밖에 없도록 제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859곳이 운영중이고 이용 아동비율로는 12.1%에 그쳤다. 민간어린이집 51.4%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형편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해마다 최소 500곳 이상을 새로 확보해야 가능한 수치지만 복지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계획은 450곳에 불과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초등학교 내 유휴 교실을 이용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내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가 교육계와의 합의 부족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했다. 교육계에서는 유휴교실에는 병설 유치원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 어린이집 매입이나 공동주택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2012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방식은 ‘신축’이 55.7%로 압도적인 1위이지만 민간어린이집 매입과 공동주택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이 각각 9.2%와 17.2%로 나타났다. 2순위 조사에서 이 숫자는 각각 14.4%와 21.3%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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