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두 잔’이 만취운전보다 사망사고 더 낸다

-혈중알코올 농도 0.09% 이하때 사망사고 최다
-“적게 마실때 오히려 방심해 사고로 이어져”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지난 8월 군산 경장동의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10대 학생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당시 피해자는 인근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50대 여성의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다시 현장에 돌아와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자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 면허 정지 수준인 0.047%이었다.

#2. 지난 8월 인천 남동구에서도 길을 건너던 70대 노인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보행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너던 피해자는 사고 당시 충격으로 약 12m 정도 튕겨 나가 두개골이 골절된 것이 치명상이었다. 30대 남성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하던 중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직진하다 사고를 냈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 면허 정치 수준에 해당하는 0.079%였다. 


만취 운전보다 소주 한두 잔 마시고 운전할 때 사망사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음주운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8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통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1만9700여 건으로 이 가운데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인 0.10%~0.14%인 경우가 76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5%~0.09%인 경우가 4900여 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혈중알코올 농도에 따른 사망자 수는 그 반대였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숨진 481명 가운데 사고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0.09%인 상태가 158명(32.8%)으로 가장 많았고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10%~0.14%일 경우의 사망자 수는 119명(24.7%)인 것으로 파악됐다.

혈중알코올농도 0.05%는 개인의 신체적 컨디션 등에 따라 다르지만 70㎏의 성인 남성이 소주나 맥주 2잔을 마시고 1시간 후에 나오는 수치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농도 0.09%도 현행 단속기준인 0.05%보다는 높지만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같은 통계는 술을 아무리 적게 마셔도 사고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교통사고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술을 가볍게 마신 운전자가 각성 상태에서 오히려 방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만취한 상태에선 인지능력과 신체운동능력이 저하돼 본능적으로 자기방어기제가 발동해 차량 속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술을 가볍게 마신 경우엔 신체적으로 각성 상태인데다 귀갓길 경로가 익숙하다 보니 운전에 대한 확신이 생겨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주 한두 잔 밖에 안 마셨으니 문제 없겠지’라는 생각은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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