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담합, 왜 반복되나?

- 국내시장 포화로 출혈 경쟁이 낳은 폐해
- 업체들 국내 설비 감축키로 의견 모아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내 전산업체들의 담합이 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건설 등이 발주한 전선 입찰에서 짬짜미를 한 7개 전선 제조사에 대해 과징금 총 160억6000만원을 부과하고 해당 기업 모두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지난 2010년부터 따지면 공정위에 적발된 7번째 담합이다.

8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되풀이되는 담합 문제에는 과점적 경쟁구조, 국내 시장의 포화, 출혈 경쟁 등으로 이어지는 전선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단속, 제재 등 사후 규제도 필요하지만, 반복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업계와 사정당국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국내 전선시장은 소수의 종합 전선사가 확고한 시장지위를 갖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중소형 전선사가 참여하고 있는 과점적 구조다.

최근 수년간 매출액 기준 국내 1, 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이어 가온전선, 일진전기를 포함한 상위 5개사 순위가 큰 변동없이 유지되면서 60~7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전선시장은 상위 10개사가 약 8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과점적 구조로 안정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해온 전선업계의 균열은 국내 수요가 줄어들면서 시작됐다. 국내 전력 및 통신망 설비구축이 일단락된 1980년대 이후 국내 전선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됐다.

최근에는 신규 수요보다는 기존 인프라의 유지보수 및 대체수요 정도로 시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기존 설비를 놀릴 수 없는 처지다.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수주 산업에서 공급 과잉은 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낳는다. 건설사, 발전소 등 특정 산업군에 한해 발주처가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전선업체들은 일감 확보를 위해 ‘제살 깍기식’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서 편법과 탈법의 뿌리가 자리기 시작한 셈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현 국내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과잉 초과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가 이하의 수주경쟁이 심해지자 업체들끼리 적정가격이라도 맞춰보자고 모이다가 담합으로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담합이 되풀이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 해결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설비를 감축해 포화된 국내 시장에 숨통을 트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한 전선업체 임원은 “출혈 경쟁이 심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다 죽을수 있다는 고민이 업계에 많다”며 “최근 국내 설비를 감축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한 설비의 경우 해외 업체에게만 파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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