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후폭풍…반미시위 불붙는 아랍권

웨스트뱅크 충돌 최소 49명 부상
터키·이집트·요르단 등으로 확산
하마스, 무슬림에 인티파다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하면서 팔레스타인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넘어 아랍권 국가들에도 반미 시위가 확산되면서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분노한 팔레스타인 군중 수천 명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예루살렘 등으로 몰려나왔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만 30개 지역에서 시위가 보고됐다.

예루살렘 구시가 다마스커스 게이트(Damascus Gate)에 모인 수십 명은 “우리는 예루살렘인이고, 예루살렘에 속해있다”고 반발했다. 예루살렘에서 자란 나왈 사티(45)는 CNN에 “트럼프는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 격분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티파다(민중봉기)를 부추긴 가운데 7일(현지시간)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이 무장한 채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왼쪽)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벌어진 반미 시위 중 이스라엘 경찰들이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을 끌고 가는 모습. [베이트 하눈·서안=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웨스트뱅크에선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충돌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관계자는 웨스트뱅크 내에서 발생한 시위로 최소 4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대부분 이스라엘군의 최루가스 및 고무총알 공격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 모여든 시위대는 불 붙은 타이어로 경찰을 막아선 뒤 도로를 점거했다. 미국 국기와 트럼프 사진을 불태우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군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넘어, 평화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에도 불신을 드러냈다.

팔레스타인인 기독교신자 조지 아사드(43)는 “트럼프의 발표로 25년에 걸친 미국 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있어 정직한 중개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에 말했다.

반미 시위는 팔레스타인을 넘어 터키와 이집트, 요르단 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전 아랍권과 무슬림에 반미시위를 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시온주의 적(이스라엘)에 맞서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민중봉기)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가 새 인티파다를 일으키지 않으면 미국이 뒷받침하는 이번 시온주의 결정에 대항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혜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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