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데이터] 31년 ‘소신법관’ 명성 최재형…벼르는 野風뚫고 ‘마패’ 들까

감사원의 공식 상징물은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증표였던 마패(馬牌)다. 감사원 로고도 사정기관의 사(司)자를 형상화했다. 감사원은 공무원이면서도 공무원을 적으로 둬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타고났다.

청와대가 장고 끝에 최재형(61) 사법연수원장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 첫 감사원장이다. 지난 겨울, 한국정치는 처절하게 환부를 드러냈고, 신임 감사원장은 이를 도려낼 메스를 쥐게 된다. 최 후보자의 어깨는 벌써 무겁다. 후보자 신분을 벗기까지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독 든 성배인지 역사에 남을 축배인지, 그 누구도 아직 알 수 없다. 최 후보자는 이제 국회 앞에 선다. 


감사원장은 지난 1일부터 공백이었다. 원래 청와대는 11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떠나기 전 후보자 지명을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요 후보자의 고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어렵사리 청와대가 찾은, 그리고 감사원장직을 수용한 인물이 최 후보자다.

지난 7일 후보자가 발표된 후 현재까지 최 후보자 개인을 두곤 호평이 지배적이다. 사법연수원 13기로 1986년 판사 임용 후 31년간 민사ㆍ형사ㆍ헌법 등 다양한 분야의 재판 업무를 맡았다. “법관으로서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국민 기본권을 위해 노력한 법조인(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란 청와대의 평가에 야권에서조차 달리 반박하진 않는 기류다. 

개인사 면면을 보면 보수진영을 고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남 진해 출신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다가, 부친과 친형, 그리고 장남까지 해군 출신인 ‘해군가족’이다. 사법연수원 시절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2년간 업고 다닌 일이나, 자녀와 함께 최근 5년간 13개 구호단체에 4000여만원을 기부한 사실도 알려졌다.

최소한 현재까지 분위기로 볼 때, 사실 민감한 건 최 후보자 개인이 아니다. 오히려 민감한 건 최 후보자 외곽에 있다. 지명된 시기, 그리고 최 후보자 검증을 담당할 국회다. 앞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부결됐을 때에도 김 후보자 개인 자질이 핵심 사유는 아녔다. 얼마든지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 있다.

청와대 내치(內治)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사난맥이었고, 야권은 이를 대(對)정부 공세 카드로 적극 활용했다. 결국 청와대는 고민 끝에 지난 11월 7대 인사원칙을 새롭게 선보였다. 최 후보자는 새 인사원칙이 적용된 첫 사례다. 그래서 민감하다. 최 후보자 검증이 청야(靑野) 간의 자존심 대결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최 후보자 임명이 국회 몫으로 돌아온 시기도 녹록지 않다. 하필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폭풍으로 국회가 얼어붙었을 때다. 예산안 처리 이후 자유한국당은 벼르고 있다. 정부ㆍ여당의 협치 의지를 강하게 비판하며 국정운영 전면 보이콧도 불사할 기세다.

최 후보자 명운에 이목이 쏠리는 건, 그에 얽히고설킨 정치적 대립 관계 때문이다. 여야 관계, 청야 관계, 나아가 적폐청산을 둘러싼 신구(新舊) 정권 대결까지 걸려 있다. 누구 말처럼, ‘정치는 생물’이고, 최 후보자는 이제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생물과의 혈전을 치러야 한다.

김상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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