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면세점서 새벽에 줄을 서봤다…따이공만 봤다

-마스크에 침낭 두르고 줄서 기다려
-최대한 많은 매장 둘러보려고 오픈전 대기
-면세점측 “아침 방문객 대부분은 따이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롯데면세점으로 들어가는 길목, 롯데 명동 스타에비뉴 앞은 ’작은 중국‘이었다.

영하 12도의 한파가 몰아닥친 13일 오전 6시, 불꺼진 100m 남짓의 스타에비뉴 거리는 언변 억양의 거센 한국말과 중국말 소리로 북적였다. 면세점을 돌면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중국 따이공(보따리상)들이다. 줄을 선 따이공의 숫자는 약 50여명에 달했다. 이들의 복장은 저마다 검은색 외투. 입가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일부 침낭을 둘러맨 이들은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선 쪽잠을 청했다. 

[사진설명=사드보복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일선 면세점에선 요우커 대신 따이공이 넘쳐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오전 6시에 둘러본 롯데면세점 앞 전경. 따이공들이 짐을 운반하기 위한 도구들을 한 곳에 몰아뒀다.]
[사진설명=오전 6시 롯데면세점 앞의 따이공들]

오전 7시,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이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외투와 마스크를 착용한 이도 있었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도 제법 보였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여동생과 함께 롯데면세점을 찾은 요우커 량(梁, 38ㆍ여) 씨도 이중 하나다. 택시를 타고 호텔롯데 앞에 내린 량 씨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여동생을 쳐다봤다. 예상 못한 대기열에 당황한 듯 했다. 다가가서 “사람이 많지 않냐”고 질문하니 량 씨는 “잇츠 투 매니 매니(It‘s too many manyㆍ사람이 너무 많아요)”라고 답한다.

따이공으로 북적이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을 새벽에 둘러봤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의 오픈 시간은 오전 9시30분. 그런데도 새벽부터 요우커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한손에는 대형 캐리어 가방이나 비닐봉지, 다른 한 손에는 침낭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침낭은 추위를 피하기 위한 것이고, 가방은 면세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담는 용도다. 롯데면세점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의사항을 프린팅해 스타에비뉴 곳곳에 붙여놨는데, ‘노숙 금지’라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사진설명=롯데면세점 매장 안에서 따이공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한적인 한한령 해제에 들어간 최근, 한국을 찾은 요우커 단체관광객 수는 공식적으론 32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한국을 찾은 요우커가 827만명으로 일평균 약 2만3000여명이었던 것과는 현격한 차이다. 크루즈와 전세기를 통한 여행 상품이 한한령 해제 품목에서 빠졌고, 롯데가 포함된 상품도 판매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단체 여행 상품 구성의 시작은 크루즈와 전세기 운영인데, 크루즈와 전세기가 안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요우커에게 방한 관광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에 일선 시내면세점을 채우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요우커 따이공들이다. 이들이 새벽부터 롯데면세점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짦은 여행기간 최대한 많은 면세점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가장 고객이 많은 롯데면세점에서 일찍 쇼핑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사진설명=따이공들이 롯데면세점 매장 앞에 쌓아둔 침낭들]

따이공 상당수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면세점에서 수백여개의 상품을 구입해가고 있다. 일부의 행태는 도를 넘은 수준이라 공식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오전 9시 30분, 입장 시간이 되자 스타에비뉴에 줄을 선 이는 500여명이 넘었다. 역시 대부분이 요우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굳이 아침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은 여러 면세점을 하루안에 돌아야 하는 따이공들”이라며 “롯데면세점을 시작으로 신라와 신세계, 두타 등 강북권 면세점을 돌면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오전 9시 30분. 오픈 시간 롯데면세점 앞을 가득 메운 요우커 관광객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 라네즈와 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 이브셍로랑, 샤넬, SK II(에스케이투)와 같은 화장품 매장을 주로 방문한다. 조직적인 보따리상들은 상품을 잔뜩 구입해 차로 운반하고, 소규모 보따리상들은 캐리어로 화장품을 옮긴다.

이날 롯데면세점 매장에서도 라네즈에 몰린 인파가 가장 많았다. 100명이 넘는 이가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릴 정도였다. 매장에는 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중 2명이 매장 밖으로 나와 줄을 선 소비자들의 여권을 확인했다.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아침시간 대는 요우커가 대부분”이라며 “오픈 시작부터 매장에서는 전쟁이 시작된다”고 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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