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헌의 시승기]제로백 7초…순수전기차 성능 놀라고 배터리 계기판 보면 충전 불안감이…

쉐보레 ‘볼트 EV’

‘2017 북미 올해의 차, 2017 올해의 친환경 차, 미국 모터트렌드 2017 올해의 차, 워즈오토 10대 엔진 선정’

쉐보레의 순수전기차 볼트 EV의 지난 한 해 수상 내역이다. 1회 충전 383㎞의 주행거리로 ‘중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이끌고 있는 볼트 EV를 지난달 중순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날 만났다.

전체적인 겉모습은 다소 귀엽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곡선의 형태가 ‘미래 자동차’라는 인상을 물씬 풍겼다. 문을 열고 차에 오르자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담한 크기의 계기판은 완전한 디지털이다. 가운데에는 속도계가 위치하고, 왼쪽과 오른쪽에는 남은 주행거리와 순간 소모전력이 각각 표시된다.

스티어링 휠과 조작버튼은 쉐보레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정체성을 유지한 모습이었고,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최신형 태블릿PC를 만지는 것처럼 조작감이 만족스러웠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웬만한 백팩을 둘 수 있을 만큼 넓은 수납공간이 특이했다. 내연기관 차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던 공간 활용이다.

시야는 전방의 경우 나름대로 시원했지만 후방은 조금 작고 답답한 느낌을 줬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이 크다는 점이다. 덕분에 1열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시야는 훤히 트였다. 다만 밖에서도 차량 내부가 잘 들여다보일 것 같은 부담스러움이 공존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행을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은 ‘놀라움’과 ‘불안함’ 두 가지였다.

먼저 순수전기차가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주행 퍼포먼스는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7초에 불과한 볼트EV는 어지간한 내연기관의 스포츠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폭발적인 초반 토크를 자랑했다.

특유의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이 고속주행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엔진의 소음이나 진동과 흔들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대로, 차가 힘을 쓴다는 느낌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너무 조용해 이면도로 등 골목길에서 보행자들이 인지를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전의 재미도 상당했다. 도심주행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스트레스가 없었고, 코너링도 수준급이었다.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자동 충전되며 전력을 회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재미있는 게임에 가까웠다.

문제는 역시 충전이었다. 1회 충전에 383㎞나 되는 거리를 달린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와 오랜 시간 소요되는 충전에 대한 불안함은 시승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량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라기보다는 전기차 기술 및 인프라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지만 말이다. 계기판에 표시된 남은 주행거리가 100㎞ 밑으로 떨어지자 불안감이엄습했다. 추운 겨울이라 배터리 소모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볼트EV 충전방식인 DC콤보 기계가 설치된 마포구의 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 충전을 시작하고 3~4시간 후 돌아왔다.

추운 날씨 탓인지 주행 가능거리는 300㎞대에 머문 채 충전이 종료돼 있었다.

1시간 충전으로 배터리의 80퍼센트를, 그 이후부터는 배터리 보호를 위해 저속충전된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383㎞까지 완충되지 않고 충전이 종료된 점은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집이나 회사 등 차를 자주 세워두는 곳 근처에 충전기가 있다면 활용도가 괜찮을 것 같다. 특히 왕복 50~60㎞ 내외의 평일 출퇴근용이라면 한 번 충전으로 1주일을 버티기에 충분하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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