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메달만 딴다면야”…폭력·도박·음주·파벌 ‘악습 일상화’

[헤럴드경제=이슈섹션]동계올림픽 전통 ‘메달밭’인 쇼트트랙은 끊임없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문제 종목’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수많은 메달을 조국에 안겼지만, 그동안 폭력, 음주 추태, 도박, 파벌 싸움, 짬짜미 사태 등 쉽게 볼 수 없는 황당한 사건들을 일으키며 실망감을 안겨왔다.

한국 쇼트트랙은 좋은 성적만 나오면 된다는 메달 지상주의에 휩싸여 악성 종양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했고 그 결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에이스 심석희(한국체대)가 지도자로부터 구타당해 대표팀을 이탈하는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

매서운 눈으로 빙판을 응시하며 질주하는 심석희.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들을 꼽으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2004년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선수촌을 집단으로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선수들은 코치진으로부터 반복되는 구타와 언어폭력, 사생활에 대한 통제에 시달리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연맹 지휘부는 사직서를 제출하며 책임을 졌지만, 정작 대표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지도자들의 ‘특정 라인’이 생기면서 강력한 파벌이 형성됐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직후 쇼트트랙 파벌 논란으로 당시 빙상경기연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폐는 걷어내지 못했다.

2010년엔 일부 코치들과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도록 대회에서 협조하는 일명 ‘짬짜미 파문’이 수면 위로 떠올라 충격을 던졌다.

성적 지상주의, 짬짜미, 파벌 싸움으로 얼룩진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후에도 많은 사건이 잇따라 몸살을 앓았다.

2015년엔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선수단 내부 폭력 사건이 벌어졌고, 그해 11월엔 미성년자 국가대표 선수의 음주 추태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엔 전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들이 무더기로 불법 도박을 해 입건되는 일도나왔다.

각종 사건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메달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빙상연맹이 제대로 된 개혁의 칼날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크다.

연맹은 일탈한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기 일쑤였다.

메달만 따면 된다는 온정주의에 사로잡히면서 현재 상황에 안주했다.

이런 조직 문화는 내부자들의 의식을 안일하게 만들었고, 평창올림픽을 불과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코치가 선수에게 손찌검하는 일로 번졌다.

일단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사태를 명확히 파악한 뒤 이에 맞는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맹은 앞선 올림픽 직전에도 똑같은 사과를 수차례 반복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얼음판에 켜켜이 쌓인 폐단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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