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고현정 ‘리턴’ 전격 하차의 본질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여자주인공이 PD와 불화로 드라마 중간에 전격 하차하는 사태가 본질보다는 외형이 더 많이 알려지는 것 같다.

고현정과 SBS 수목극 ‘리턴’ 제작진의 갈등 구조를 보면, 고현정이 주동민 PD에 대한 폭행이 터닝 포인트가 돼 고현정이 하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고현정이 주 PD를 폭행했다면 큰 잘못이지만, 그것만으로 사안을 끌고가는 것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나온 이 갈등구조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갈등의 원인이 고현정의 적은 분량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불만이 쌓여 결국 행동으로 폭발한 것처럼 됐다. 이런 프레임속에서는 디테일이 사라져버렸다.

고현정 소속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인공이어서 많이 나와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본인이 계속 촬영해가면서 캐릭터가 변질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의를 제기했고 이견이 충돌해 이런 일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분량이 적어 존재감이 떨어지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을 배우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여주인공 캐릭터(최자혜)가 바뀌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14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를 놓고 보면, 제작진이 시청률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전개한 것이 최자혜 캐릭터를 변질시킨 주된 이유로 보인다.

‘리턴’은 살인 용의자로 떠오른 4명의 상류층, TV 리턴쇼 진행자 최자혜 변호사(고현정)가 촉법소년 출신 독고영 형사(이진욱)와 함께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스릴러다.

그런데 ‘수사’보다는 ‘범행‘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범행’보다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야 고현정이 생각하는 최자혜 캐릭터의 변질이 그나마 줄어든다. 하지만 여전히 부유층 자제의 불륜, 마약, 살인 위주로 끌고간다.

드라마에서 범죄영화에나 등장할법한 자극적인 장면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청률이 잘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주동안 상류층 4인방, 소위 ‘악벤저스’ 중 신성록(오태석)과 봉태규(김학범)가 완전히 주인공이다. 봉태규는 ‘리턴‘의 최고 수혜자다.

두 망나니의 갑질과 엽기 행각에 시청률도 덩달아 올랐다. 감옥에 있는 박기웅(강인호)과 식물인간 상태인 윤종훈(서준희)의 분량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최자혜 변호사는 핵심적인 단서를 잡아 수사관 같은 모습도 보이지만, 지지부진하다. 형사 독고영(이진욱)은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수사, 한마디로 열심히 뛰어만 다닌다.

뛰는 수사관에 나는 범죄자? 아니다. 뛰는 수사관은 맞는데, 범죄자는 대놓고 엽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래도 못잡는다. 아니, 안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잡으면 안된다.

다시 표현하면 시청률 상승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다. 7%의 시청률로 시작해 17%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는 ‘악벤저스’의 갑질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범죄 행각이 크게 기여했다.

선정성도 정도껏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턴’은 대사나 장면들이 도마위에 올랐다. 쓰레기 같은 내용과 저질 대사가 이어졌다. 강인호가 내연녀 염미정(한은정)에게 “너는 변기 같은 거야. 그냥 내가 싸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싸는 거지”라고 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안건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제작진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신만만해진다. 시청률신(神)을 신봉하는 방송가에서 지상파 수목극 시청률 17%는 개선장군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지상파 월화극과 수목극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돼 있는 상황이라 ‘리턴’의 성적표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담당 PD는 초반 고현정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놓고 스타 마케팅을 펼쳤지만 이제 고현정이 별로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에 고현정이 가만히 있을 배우가 아니다. 불만을 여러번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혈질인 고현정이 실수를 했다. 기회가 왔다. 고현정은 꼬투리가 잡혔다.

나는 고현정을 감싸고 돌 생각은 전혀 없다. 고현정이 잘못한 것은 비판 받고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고현정 죽이기’로 드라마 제작의 문제라는 본질이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게 이 글을 쓰는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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