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 국산화 포기, 방추위 ‘시험거부’ 업체탓?

변속기 제조업체 S&T중공업, “시험거부 아니다”
이유없이 변경된 평가기준, 원래대로 적용해야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어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2전차와 관련, 반쪽짜리 국산파워팩을 적용키로 결정이 나면서 변속기 제조업체인 S&T중공업이 8일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방추위가 K2전차 2차 양산 사업에 수입 변속기를 적용한다는 결정에 대해 S&T중공업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6차례의 내구도 시험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국방규격의 제정과정의 오류가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국산변속기는 10년에 걸친 개발 및 시험평가 과정에서 ‘내구성 결함 없이 320시간 내구도 시험을 수행’이라는 평가 기준에 따라 통합평가를 통과하고 군사용적합 판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2014년 12월 제정된 양산 국방규격에는 ‘320시간 내구도 시험을 수행하였을 때 결함이 없을 것’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내구성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개발 및 시험평가 기준이 아무런 논의 없이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실현불가능한 기준으로 바뀐 것이다. 내구성 결함이란 창정비 수준의 중대한 결함을 의미하지만, 내구성이 빠진 결함은 모든 사소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테스트기간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얘기. 통합평가를 무난히 마쳤던 변속기는 평가기준이 변경된 2016년 양산시험 당시, 6차례나 시험을 반복하면서 무한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S&T중공업은 개발단계에서 허용됐던 고장항목이 삭제됨으로써 기계공학상 실현 불가능한 요구가 양산시 내구도검사 기준으로 뒤바뀌었음을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서울대, KAIST, 한양대 등 7개 국내 대학과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의 저명한 기계공학 교수로부터 받은 자문 결과를 제시하고 현재의 시험기준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16년 11월에는 관련기관과 업체가 결함분류를 통한 연속시험 또는 재시험을 주내용으로 한 ‘K2전차 국산 변속기 내구도 시험 수행방안’을 새로이 제정하면서 현행 국방규격을 변경 적용키로 합의한 이후, 시험 과정에서 관련기관이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S&T중공업은 어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변속기 제작업체가 내구도 재검사를 거부함에 따라 수입 변속기 적용을 결정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현 불가능한 국방규격 기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관련기관과 업체가 내구도 시험 변경에 합의한 기준만이라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K2전차 변속기의 수입 결정으로 S&T중공업은 양산 중인 원자재, 부품 등 약 1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긴급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임원, 팀장 연봉 자진 반납과 근로자 휴직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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