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명불허전…역전의 명수 ‘한국의 괴력’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대반전 연출
모든 상황 대비한 연습이 실전 자신감

운동선수는 물론이고 필부필부 조차 어느 순간 발휘된 자신의 괴력에 놀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중인 한국 선수들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뒤쳐저도 역전시키는 등 연일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에서 괴력은 괴력이 아니다. 사람이면 누구든 일정한 환경이 조성되면, 평소의 힘, 멘탈보다 배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스포츠과학의 연구개발은 어쩌면 이 괴력 생산시스템 발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효준 역전의 순간 [연합뉴스]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임효준은 출전선수 9명중 6번째로 출발했다가 총 13바퀴 반 중에서 절반인 7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1위로 올라섰고, 2바퀴를 남기고 세계랭킹 1위 황대헌이 넘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바로 뒤에 매너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가 바짝 뒤쫓자, 임효준은 사력을 다한 끝에 1위로 골인했다.

여자계주 3000m 예선에서 한국팀은 총 27바퀴 중 4바퀴째에서 주자가 넘어지는 불운을 당했지만, 최민정을 필두로 역주해 기어코 1위를 차지한다. 최민정은 경기 직후 인터뷰가 힘들 정도로 한참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열여덟살의 최다빈(피겨)이 올림픽 첫 출전에도 실수 한 번 하지 않는 강심장을 보였고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 출전했던 이승훈도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최근들어 가장 좋은 성적(5위)을 만들었다.

괴력은 동기부여와 밀접히 관련된다. 대체로 ▷결승점을 앞둘 때 ▷위기감을 느낄 때 ▷파트너(혹은 경쟁자)가 있을 때 ▷관중의 응원이 있을 때 ▷공감 가는 조언을 자기 암시로 체화시켰을 때, 강하게 나타난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기록경기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경쟁자의 존재는 기록단축의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진단한다. 이강석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KBS 해설위원)는 세계기록 보유자의 참담한 성적을 지켜본 뒤 “경쟁자가 없으면 힘이 나지 않고 기록이 저조해진다”고 말했다.

동기부여는 다양한 요소가 서로 중첩돼 나타난다. 의학전문가들은 “동기부여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접촉’, ‘관계’를 박탈하면 ’도파민‘ 호르몬축이 마비된다”고 진단한다. 마라톤 경기에서 독주할 때 일부터 풍선 단 파트너를 앞에 붙이는 이유이다.

막판 스퍼트는 ‘승자효과’에 기인한다. 승리를 하면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도파민 축을 활성화시킨다. 위기감에 분기탱천 투혼을 발휘한 것 역시 승리에 대한 갈망과 연결된다.

컬링 경기장 관중들의 응원 [연합뉴스]

컬링 장혜지, 피겨 최다빈과 빙상 이승훈 모두 국민과 관중의 응원으로 힘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응원은 신뢰감와 애착을 높여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킨다. 응원이 기량이 뛰어나고 자신감 높은 선수에게 응원은 기량의 3~4% 추가효과를 내지만,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위축시킨다. 기량이 뛰어나도 농구 자유투, 투수의 투구, 골프때 응원하는 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최다빈은 “너의 점프를 믿으라”는 코치의 조언을 ‘자기 암시’로 체화해 어린나이에도 강심장을 발휘했다. 

평창=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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