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프롤리나, 프리쉐, 노선영…12일은 절망했던 선수들 새 희망 찾는 날

모국서 힘겨웠던 귀화선수들, 태극마크 달고 잇따라 출격
밥데용 코치 격려로 힘낸 노선영, 1500m 출전으로 팀추월 예열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나흘째를 맞은 12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선 특별귀화한 에일린 프리셰(26ㆍ루지), 안나 프롤리나(34ㆍ바이애슬론)가 잇따라 출격해 빙상 이외의 종목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노선영(29)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출전해 팀추월 메달 획득을 위한 예열작업을 벌인다.

이날 출전 선수의 공통점은 모두 한번씩 크게 낙담한 적이 있다는 것. 그래서 12일은 그들에게 힐링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날이다.

프롤리나 [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안나 프롤리나(34)은 김치를 잘 먹고 ‘서안나’라는 한국이름까지 스스로 붙였다. 2016년 바이애슬론 우수인재로 특별귀화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 계주 금메달, 2010년 벤쿠버올림픽 스프린트 4위ㆍ추적 6위, 2011,2012 세계선수권 스프린트 연속 금메달, 2016년 대회 스프린트 은메달 등 그녀의 족적은 화려하다.

그러나 2014년 출산 이후 러시아 대표팀은 ‘엄마 선수’의 장래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절치부심 끝에 한국에서 새 희망을 찾은 프롤리나는 우리 대표팀 전체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로도 통한다. 지난달 26일 이탈리아 리드나운 고지대 훈련에서 가장 잘 견뎌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오후 7시10분 여자추적 10㎞에서 대한민국 사상 첫 설상종목 메달을 걸겠다고 벼른다.

프리쉐 [SBS 방송 캡쳐]

젓가락질이 능숙하고 한국문화 공부에도 소홀함이 없는 에일린 프리쉐(26)는 2016년 대한체육회의 추천으로 특별귀화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프리셰는 2012년 세계주니어루지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문 2관왕에 올랐고, 이듬해 2013년 퀘닉세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유망주였다.

그러나 세계 최강 독일 루지 대표 팀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경쟁에서 밀려 낙담한 끝에 2015년 스물 한살의 어린나이에 은퇴를 선언한 프리쉐는 한국에서 내민 따뜻한 손을 꼭 잡았다. 이날 오후 7시50분 싱글런 예선에 출전하는 프리쉐는 “제2 조국에 메달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랍신 [연합뉴스]

앞서 11일 밤에는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10㎞에 출전한 티모페이 랍신(40)이 16위를 기록했다. 주무기인 사격에서 두 발만 더 맞췄더라면 정상권을 넘볼 수 있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러시아 출신으로 2016년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던 그는 러시아 연맹 내 파벌싸움 등으로 대표팀 승선에 실패했고, 수많은 스카우트 희망 나라들 중 한국을 택했다. 한국 선수 145명 중 귀화한 선수는 21명이다.

노선영과 밥데용 코치

체육행정의 난맥상 때문에 지난달 24일 억울하게 강릉 빙상 연습장을 떠나야 했던 노선영은 다시 출전자격을 얻은 뒤 삼촌같은 밥데용 코치의 격려속에 컨디션을 회복했다. 닷새만에 훈련장으로 복귀했던 노선영은 마음이 따뜻한 밥데용(42) 코치가 버선발로 뛰쳐나가 맞아주자 겸연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밥데용 코치는 2010년 벤쿠버올림픽에 서른여덟의 나이로 1만m에 출전해 이승훈에 이어 동메달을 딴 네덜란드 선수 출신으로, “잘 달리려 하지 말고, 안정되게 나아가라”며 정신적 안정을 유난히 강조한다.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고(故) 노진규 선수의 친누나인 노선영은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되어 용기를 내 달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전하는 1500m는 주종목이 아니다. 힐링의 한판이고 주종목인 팀추월 메달을 따기 위한 자신감 충전 경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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