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탐색적 대화’ 열어뒀지만…틸러슨 “판단 일러…北에 달려있다”

美 국무부 “비핵화 협상불가”
“대화문턱 낮아졌다 판단 일러”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논의없어”

미국이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 의지를 시사했다. 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북한이 우리와 진지하고 의미있는 방식으로 대화할 준비가 된 때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측의 대화제안 시 북미대화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병행 ▷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 지지의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미국이 북측에 ‘비핵화를 담보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북대화가 북한의 비핵화로 나아가도록 하기위해 한미는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완전한 비핵화(CVID)가 협상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우리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에 관여(engage)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가 원래부터 서로 분리하지 않았지만, 최근 ‘코피전략’ 등 북한에 대한 강경목소리를 내비치며 외교보다는 제재 및 군사압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이 WP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압박캠페인과 대화 병행의 의사는 ‘탐색적 대화’를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큰틀에서 정책변화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지난달 미국이 주도해 열린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대북강경 압박기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중재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도발중단 정도로 해서 미국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등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대화조건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의 ‘압박과 대화 병행’ 발언은 문 대통령과 2차례의 실질적 대화를 거친 뒤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펜스 부통령은 WP에 문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경제ㆍ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 기간동안 북한에서 억류됐다가 풀려나자마자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대동했다. 또, 북한의 인권상황을 맹비난하며 대북 압박의 목소리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과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미국도 한국의 중재역할에 일정부분 기대하는 부분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올 11월 미 중간선거도 앞둔 트럼프 정부가 지지기반을 꺾고 유화책에 나서기는 어려워보인다. 미국의 보수매체로 꼽히는 워싱턴프리비컨은 이날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의 이번 평창 방문은 북한의 선전선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화의지를 내비친 적은 없다”며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없이는 최대한의 경제적ㆍ군사적 압박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프리비컨의 이같은 보도는 펜스 부통령의 유화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백인 노동자층이 반발을 우려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소식통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ㆍ재연기ㆍ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축소나 재연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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