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코앞 아쉽지만 우린 젊다”…더 큰 도약 약속

최재우·서정화·권선우·박규림…
희망의 추억 담아가는 개척자들

그들의 개척정신은 아름다웠다.

비록 설상(雪上) 종목 대한민국 첫 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2022 베이징올림픽의 희망을 품고 평창에서 얻은 귀한 경험을 차곡차곡 배낭에 담았다. 최재우, 서정화, 서지원, 서명준, 김지헌, 박규림, 권선우…. 그들은 한국 최초 예선 1위 결선 진출, 한국 첫 출전 등 다양한 도전기록을 한국스포츠사에 남겼다.

권선우는 12일 오후 한국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무대를 밟았다. 권선우는 예선 런1에서 24명중 20위를, 예선 런2에서는 18위를 차지하며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노보드를 시작했던 권선우는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는 하프파이프에 큰 매력을 느껴 중학교때부터 여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연습할 곳은 거의 없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일신 우일신 하는 모습에 성취감을 얻으면서 버텼다고 한다. 권선우는 “항상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 되고 싶다”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개척하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박규림은 12일 밤 스키점프 여자 노멀힐 개인전 1라운드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대한민국 여자 스키점프 사상 첫 출전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평창 올림픽에 개최국 국가 배정으로 출전이 확정적이었으나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해 자력으로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떨리는 올림픽 데뷔전을 마친 그는 더 나은 모습으로 2022년 베이징을 기약했다. 박규림은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면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그것도 평창에서 한국 관중들이 응원해주시는 걸 느끼면서 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뒤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설상 종목 한국 사상 첫 메달의 기대감을 높였던 프리스타일 모굴의 최재우는 2차 예선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승 2차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최근 ‘6인 최종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스물네살인 그는 경기를 마친뒤 “스스로에게 집중해 ‘베스트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나왔다”면서 아쉬워 하던 것도 잠시. 곧바로 “저는 아직 어리고 다음 대회도 있다”라며 더 큰 도약을 약속했다. 2차 예선에서 81.23점으로 1위를 기록할 때 한국선수단 전체가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최재우는 “베이징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저지른 실수는 더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모굴 2차예선에서 서정화(28)는 6위, 사촌동생 서지원(24)은 14위를 기록했다. 언니는 결선에 올라가고, 동생은 오르지 못했다. 진천 선수단 결단식때 여자선수 대표 선서를 했던 서정화는 1차예선 최하위를 부진을 씻고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서지원은 1,2차 기복없는 플레이를 했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언니가 입을 열었다. “지원이도 같이 노력했는데, 결선에 못 올라가서 아쉬워요. 하지만 경기는 잘 한 것 같아서, (스스로) 뿌듯해하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평창이 베이징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서정화의 친동생 서명준(24)과 서명준의 팀 후배 김지헌(23)은 남자모굴 2차예선에서 각각 69.51점, 69.85점을 받아 18, 17위를 기록했다. 서명준이 도약하면 서정화-서지원과 함께 ‘가문의 영광’을 일군다. 

평창=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