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노선영 마지막 올림픽, “진규야 거기선 누나 뛰는 거 보이지?”

-故노진규, 소치 올림픽 때 “누나는 중계도 안 해준다”며 병상서 낙담
-노선영 네번째 올림픽 도전, 이번엔 온국민 박수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진규도 만족스러워 할 것 같다.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이제 후련하다”

골육종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세상을 뜬 동생 故노진규를 위해 뛴다던 ISU 월드컵시리즈 랭킹 25위노선영(30ㆍ콜핑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 도전한 노선영이 올림픽 최고 기록을 세우며 4차례 올림픽 도전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노선영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 58초 75를 기록해 27명 중 14위에 올랐다. 비록 공인 개인 최고기록(1분 56초 0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총 네 차례 출전한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에선 가장 좋은 기록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실수로 출전이 무산되면서 일주일 간 대표팀에서 벗어나 있던 시간 탓에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기록을 낸 것이다.

노선영의 동생은 지난 2016년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대표팀 故노진규다. 지난 2014 소치 올림픽 때 병상에 누워 누나의 1500m 도전을 애타게 기다렸던 노진규는 경기를 중계조차 하는 곳이 없어 실망하며 TV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모굴에 출전한 최재우의 결승 2차전을 중계하던 방송 3사는 최재우의 실격과 함께 중계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로 전환했다. 노선영이 속한 5조 경기는 그렇게 방송을 탔다.

동생이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를 대신 뛰겠다는 약속에 누나의 어깨는 무거웠다. 이날 5조 아웃코스에서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와 경주한 노선영은 긴장한 나머지 출발선에서 총성이 울리기 전 움직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노선영은 “경기 전까지는 동생 생각이 많이 났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동생 생각보다는 경기에 집중했다”며 “누구의 도움도 아니고 스스로 얻은 기회였는데, 주위의 시선 때문에 4년간 노력해 온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올림픽을 그렇게 끝내기 싫어 출전을 결정했다. 만약 동생이 (레이스를) 봤다면 만족스러워 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평창올림픽은 동생이 그토록 서고 싶었던 무대였다. 동생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지난 1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한때 평창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되면서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는 SNS글을 남겨 절망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노선영의 이번 출전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역할 덕분이 아닌 러시아출신 선수 2명의 출전금지 결정을 통해 이뤄졌다. 러시아 선수 2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 금지 결정을 받아 1500m 엔트리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예비 2번이던 노선영이 극적으로 출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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