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평창에 부는 ‘오렌지 광풍’…빙속 또 휩쓰는 네덜란드 비결은?

걸음마와 함께 스케이팅 배우는 네덜란드
선수 육성 시스템·스포츠 과학 등 세계 최고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빙속 강국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그 기세가 더욱 매섭다. 사실상 독주에 가깝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장거리의 독식은 기본, 여자 중거리·단거리까지 모두 섭렵할 기세다.

네덜란드의 역대 동계올림픽 성적을 보면 ‘빙속 왕국’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176개 중 35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2014 소치 대회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 걸린 12개 메달 중 8개를 휩쓸었다. 이번 대회도 심상치 않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남자 장거리에서 스벤 크라머르(31)가 예상대로 5000m 금메달을 가져갔다. 여자 3000m에서는 금·은·동을 싹쓸이 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12일 진행된 여자 1500m도 네덜란드가 금·동을 가져갔다.

네덜란드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가 이번 대회 네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싹쓸이 할 기세다. [사진=연합뉴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새로 추가된 남녀 매스스타트를 포함해 전체 14개의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가운데 6개의 금메달을 따는게 목표지만,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인구 1500만명의 네덜란드가 스케이팅 메달을 휩쓰는 이유는 자연적 환경과 영향이 깊다. 겨울철이면 네덜란드 전국의 운하가 언다. 등하교를 위해 어린이들은 걸음마와 함께 스케이팅을 배운다. 이들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한다. 육성 시스템도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에 8000개 넘는 스케이팅 키즈 클럽이 있다. 여기서 유망주를 찾아 15개의 지역 트레이닝 센터에서 집중 훈련을 시킨다. 대회는 연간 1500회가 넘게 열리며 100km 장거리 경기도 있다. 이같은 풍토 덕에 네덜란드 스케이팅 등록 선수는 1만 명이 넘는다. 한국의 양궁처럼 국내 대회 우승이 세계 제패나 다름없다.

신체적 조건 역시 네덜란드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을 설명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남성 평균 신장은 182.9cm에 달한다. 이처럼 큰 키와 긴 다리는 동양 선수가 두세 번의 스트로크(다른 발로 밀치면서 한쪽 스케이트로 미끄러지는 것)해서 갈 거리를 한 번의 스트로크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는 사실상 스케이트에 있어선 세계의 기준이나 다름없다. 스포츠 과학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클랩스케이트’ 역시 네덜란드가 1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역작이다. 클랩스케이트는 날이 부츠에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고 스텝을 옮길 때마다 뒷부분이 분리된다. 뒤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 위에서 떨어지지 않아 끝까지 빙판에 힘을 줄 수 있어 속도를 붙이기 쉽다.

여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노리는 이상화가 경기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스케이트 대표팀에도 네덜란드 출신이 코치를 맡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밥 데 용(42) 코치는 지난해 4월 장거리 전문 코치로 선임됐다. 일본, 중국, 캐나다 등에도 네덜란드 코치진이 훈련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3명의 네덜란드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한 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 다카기 미호(23)의 탄생에도 네덜란드 코치의 힘이 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28)를 필두로 네덜란드의 독주를 막아선다. 아울러 처음으로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종목을 제패하겠다는 각오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데 기존 스피드스케이팅 종목과는 달리 여러 명의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며 순위 경쟁을 펼친다. 쇼트트랙의 특성이 녹아있어 한국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이승훈(29)과 김보름(25)이 오렌지 군단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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