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한 눈 팔면 끝…‘5초간의 초감동’ 루지 직관기

[헤럴드경제 TAPASㆍ평창=신동윤 기자]

#존버 #칼바람_따위 #내가_어리석었

‘언제 또 와볼지 모르는 올림픽인데…’
앞으로 즐겨보기 힘들 종목을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13일 오후 숙소를 떠나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으로 향한 기자. 자가용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야하는 대관령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30분 영하 1도 정도로 맹추위는 아니었지만, 체감온도를 확 낮추는 칼바람이 기자의 뼛속까지 후벼파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관령의 칼바람은 몸무게가 웬만한 성인 여성 두 명 정도에 이르는 기자조차도 바람에 떠밀려 걸어갈 정도였다.

칼바람이 불어 참가국들의 깃발이 세차게 날리고 있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신동윤 기자/[email protected]

#황태체험 #핫팩_필수
개ㆍ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는 원래 황태덕장이 있었다고 한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맹추위와 매서운 바람 덕분에 품질좋은 황태가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지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로 향하는 TS7 버스를 기다리는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부근에서 기자는 대관령의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았다. 밤새 꽁꽁어는 황태로 빙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또 한 번 호기롭게 루지 관람에 나선 것을 자책했다. 개회식 이후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설치된 난로를 치워버린 평창조직위의 무심함(?)을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말들로 비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버스에 잠시 올라 언 몸을 녹일때도 슬라이딩센터를 향해가는 길에도 설렘보단 후회가 컸다. ‘괜한짓을 했구나. 사서 고생을 하는구나.’

루지 경기가 열리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관중들의 모습. 신동윤 기자/[email protected]

#알고보니_인기종목
슬라이딩센터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잠시나마 이런 생각을 했다.
‘루지를 누가 관심이 있나? 한산한 거 아냐?’
하지만 이 생각은 한 방에 깨졌다. 경기장을 향해가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검표 및 소지품확인 대기 시간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썰매 종목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많을 것이란 예상도 보기좋게 깨졌다. (대박)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데, 평소 못 보는 경기를 보고 싶어서 서울에서 일가족이 다 같이 왔어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도 가장 관전하기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는 14번 그랜드 커브 앞. 신동윤 기자/[email protected]

#5초_실화냐
역시 비싼게 좋은거다. 올림픽 티켓도 마찬가지다. 이날 루지 ‘여자 싱글 런 3’ 경기 중 가장 비싼 10만원권 좌석은 슬라이딩센터의 꽃이자 올림픽 로고가 박힌 14번 그랜드 커브가 한 눈에 보이는 명당이다. 눈앞에는 평창 로고가 박힌 슬로프가 한 눈에 보였고, 서서보는 것도 아니라 좌석까지 있었다. 기대만발!

드르르르…. 휙! 드르르르….
“뭐가 지나갔냐?”

시련과 역경을 뚫고 직관한 루지 경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한 선수가 경기를 치르는 약 2분20초 내외의 시간동안 눈 앞에 직접 보이는 시간은 단 5초. 설마하고 다음 선수 경기를 봤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에 피식… 더 오랜 시간동안 14번 커브 대신 정면에 설치된 전광판 화면으로 루지 경기를 봤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성은령 선수가 썰매를 타고 14번 커브를 지나고 있는 모습. 신동윤 기자/[email protected]

#오감자극 #드르륵_콩닥콩닥
평소 루지 경기 중계방송을 종종보는 기자가 볼 때, 경기에 집중하자면 TV가 정답이다. 커브별 순간시속, 랩타임 등 각종 정보를 비롯해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보는게 종목 자체를 알기엔 훨씬 더 낫다.
하지만, 직관의 묘미는 역시 오감으로 현장에서 나오는 모든 상황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아직 보이진 않지만 멀리서 내려오는 썰매로 인해 떨리는 슬로프의 진동과 굉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면 가슴이 뛰었다. 혼자 보러온 기자도 눈 앞으로 썰매가 지나갈 때는 “오오오~”를 몇 번이나 외쳤다.(물론 주책이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직관해보면 금방 이해하게 된다.) 썰매가 지나갈때면 모든 관중들의 고개가 다 같이 같은방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다 자칭 인스타충 기자에게 직관은 굿샷 획득을 위한 절호의 기회. 근접샷을 찍고 싶다면 10만원짜리 대신 4만원짜리 스탠딩석도 좋다. 물론 시속 120㎞가 넘다보니 좋은 사진을 남기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초집중이 필요하다.

#아는것이_힘 #두유_워나_빌더_스노우맨
직관을 위한 팁! 공부를 조금만 하고 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주변에선 “루지가 엎드려타는거 아녔어? 윤성빈이 타는거”라고 말하는 소리도 꽤 들렸다. 정답은 윤성빈이 루지가 아닌 스켈레톤 선수라는 점이다. 규칙과 출전 선수를 좀 만 알고오면 더 재미나다. 그건 장담한다.
여기다 하나 더. 슬라이딩 센터도 결국 관중석은 지붕하나 없이 바깥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각 시기가 끝난 후 30분의 정빙 시간동안 분위기를 띄우려 엠씨가 고군분투하지만, 역부족. 걍 춥다. 그만큼 두꺼운 패딩과 모자, 장갑, 목도리는 필수품이다. 꽁꽁얼기 딱이다. 특히 눈보라가 날리는 날 보러 온 기자는 자칫 눈사람이 될 뻔 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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