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대단한 선수 뒤에 ‘대단한 부모’

이상화 母, 은행대출 뒷바라지
윤성빈 母 “너의 결정 믿는다”
클로이김 父, 생업 접고 챙겨
김민석 父, 매경기 영상 기록

4년에 한 번 열리는 ‘꿈의 무대’에서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을 맺은 메달리스트 뒤에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물심양면으로 그들을 지원했던 ‘더 대단한’ 부모가 있었다.

아시아선수 최초이자 역대 세 번째로 3개 대회 연속 포디움에 오른 ‘빙속여제’ 이상화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수년간 지원해주신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 씨는 외환위기 이후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딸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왔다. 집 지하실에 옷 공장을 차리는 등 부업도 마다하지 않았고, 딸의 해외 전지훈련을 위해 은행 대출을 받기도 했다. 새벽마다 도시락을 싸는 것도 김 씨의 몫이었다.

오빠 이상준 씨의 희생도 컸다. 이상화보다 먼저 스케이트를 신었던 이 씨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며 두 사람 모두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동생을 위해 스케이트를 포기했다. 이에 이상화는 고마움을 담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을 오빠에게 선물로 줬다.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4차 경기에서 윤성빈의 어머니 조영희 씨와 여동생이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스켈레톤의 윤성빈의 뒤에도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여읜 윤성빈은 어머니 조영희 씨와 외할머니 손에 컸다. 어려운 형편에도 조 씨는 비인기 종목에 도전한 아들을 지난 6년간 묵묵히 지원했다. 스켈레톤에 막 입문한 윤성빈이 ‘썰매를 타는 게 힘들다’며 눈물을 흘릴 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 결정해라. 너의 결정을 믿는다”며 그의 마음을 다잡아준 것도 어머니 조 씨였다.

윤성빈도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연 기자회견에서 “어머니가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주고 기다리시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평창올림픽에서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도 “내가 만약 아버지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매니저를 자처한 아버지의 묵묵한 지원과 희생에 감사를 전했다.

클로이 김의 아버지 김종진 씨는 딸이 스노보드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8살 때부터 친척이 살고 있는 스위스에 보내 훈련을 받게 했다. 김 씨도 딸과 함께 고된 스케줄을 소화했다. 매일같이 오전 4시에 일어나 산악열차를 타고 훈련지에 갔다가 오후 11시에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고, 미국에 돌아와서는 아예 생업을 접고 딸의 뒷바라지에 전념했다. 이 같은 사연은 최근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수퍼볼’ 경기 날 광고로 방영돼 미 전역에 소개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도 아버지가 매 경기마다 비디오를 들고 아들의 출전 영상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 김민석의 아버지 김남수 씨는 “아들이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한다. 늘 영상을 보며 복기하고 새로운 자세와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다”며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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