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독무대’…‘신의 한수’ 있다

8번 올림픽 무대서 6번 우승
모두가 에이스 끈끈한 팀워크
강한 지구력, 후반 탁월한 스퍼트
선수층 두텁고 전술도 추종불허

역시 절대강자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아성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산처럼 거대했다. 출사표를 던지는 매 국제대회마다 항상 금메달을 놓치지 않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 역대 6번째 금메달,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개개인의 출중한 역량과 단단한 팀워크가 시너지를 내면서 쇼트트랙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갔다.

심석희(21), 최민정(20), 김아랑(23), 김예진(19) 등 여자 계주 3000m 결승에 나선 주자 4명은 고른 경기력을 갖추고 있다. 개인전에 나가면 모두가 메달권에 오르내리는 선수들이다. 누구 하나가 끌어준다기 보다, 모두가 ‘에이스’가 돼 서로를 돕는다.

개인전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건 강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후반 스퍼드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000m, 1500m, 계주에서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그 이유는 전략적 선택에 기반한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남녀 모두 1500m, 지구력 훈련에 집중한다. 1000m, 1500m, 계주 등은 모두 강한 체력을 요하는 까닭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초반에는 힘을 아낀 후 페이스를 끌어올려 랩타임 8초대의 질주로 상대의 리듬을 끊는 압박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레이스 후반을 버틸 수 있는 강철같은 지구력이 필수다.

1500m 훈련에 주력하면서 1000m와 계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요하는 500m 단거리에는 취약하다. 1994 릴리함메르 대회때 채지훈이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게 유일하다.

탄탄한 선수층과 전략적 선택의 묘수도 최강의 자리를 지켜내는 요소다. 특히 경기 도중 상대팀의 전략을 읽고 갑작스레 치고 나가는 변칙적인 전략은 상대방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핵심이다. 2002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아홉 바퀴를 남기고 1번 주자였던 주민진이 반 바퀴를 더 타면서 최민경을 밀어줬던 순간을 꼽을 수 있다.

20일 여자 계주 3000m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선수들은 초중반 3,4위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승부처는 여섯 바퀴째였다.

3번 주자였던 김아랑이 아웃코스로 크게 타면서 앞서 달리던 중국과 캐나다 사이를 파고들었다. 2위로 오르더니 후반 스퍼드에 힘입어 두 바퀴를 남기고 중국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대회 6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극한 훈련을 함께하며 다져진 끈끈한 팀워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다 보니 한국은 언제나 심한 견제를 받는다.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이마저도 노련하게 넘어섰다. 대회에 참가한 계주팀 5명 중 3명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최민정과 고교생인 김예진, 이유빈은 올림픽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팀워크다. 어린 소녀들이 여러 변수를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다.

위기 때마다 팀워크는 빛이 났다. 계주 예선에서 이유빈이 넘어졌을 때, 터치를 준비하고 있던 다음 주자 김예진을 대신해 가까이 있던 최민정이 바람처럼 이유빈에게 달려왔다. 잠깐새 반 바퀴 가량을 뒤쳐졌지만, 대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지켜본 이들에게 금메달 이상의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송형근 기자/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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