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윤성빈 “미안하다”했더니 두쿠르스 한 말

이상화-고다이라 같은 두 사람
윤성빈,“두쿠르스는 나의 우상,
메달 하나 따기를 기대했는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오래도록 ‘스켈레톤 황제’의 자리를 구가하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ㆍ라트비아)는 지난해말부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윤성빈(24)에게 내줬고,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도 윤성빈의 차지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경쟁자이기 이전에 우상이었다. 한동안 1인자 두쿠르스, 2인자 윤성빈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말쯤에는 엎치락 뒤치락하기도 했기 때문에 ‘정다운 맞수’이기도 했다. 짠내 나는 경쟁이었기에 둘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마치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처럼.

21일 회견때 입장하는 윤성빈
평창올림픽 스켈레톤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한 마르틴스 두쿠르스.

윤성빈-두쿠르스의 맞대결은 이상화 매치, 린지본 매치와 함께 평창올림픽 3대 빅매치였다.

윤성빈이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둘의 풍경은 희비가 엇갈리면서도 아름다웠다.

윤성빈인들 자신의 상승세와 그의 하향세를 모를 리 없었지만, 두쿠르스가 자신을 이기길 원치는 않아도 은, 동메달 하나 따기를 바랬다고 한다.

윤성빈은 2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금메달 딴 직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두쿠르스를 자신의 우상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경기후 대기실에 갔는데 내 우상인 선수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특히 나를 축해해주러 대기실까지 기웃거리는 분들이 고맙기도 했지만 두쿠르스에게는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내가 그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라고 했더니 대인배인 두쿠르스는 ‘이 상황을 즐기라’는 말을 내게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사상 첫 올림픽-세계선수권 동시 석권의 목표를 제시했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포함해 10년여 롱런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근황에 대해서는 “아직 메달을 딴 여운이 가지 않았다. 우리 팀이 지금은 다른 선수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응원을 다니고 있다. 사실 끝나고 내 시간을 갖지 못했다. 계속 잠만 잤다. 봅슬레이팀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기가 있을 때는 항상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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