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검경 수사권 논의, ‘권한 다이어트’가 먼저

나이가 40줄에 접어드니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평소에 하던 운동을 덜 한 탓도, 기초대사량이 떨어진 이유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살이 쪘다. 하지만 옷을 살 때마다 전에 입던 사이즈를 고집하게 된다.

그 때마다 ‘곧 빼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몸무게는 수년째 줄어들지 않는다. 이쯤 되면 깨끗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한치수 큰 옷을 사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 논의가 올 상반기 본격화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은 형사소송법의 연혁이나 해외 입법례를 잔뜩 늘어놓지만, 들을 때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알기가 어렵다. 저마다 유리한 내용만 발췌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서로 수사에 실패한 사례나 부패범죄에 연루된 사례를 들어가며 ‘네거티브’ 방식의 공세를 펴기도 한다. 어쨌든 경찰은 조금 더 권한을 가져오려 하고, 검찰은 덜 뺏기려 한다.

문제는 수사권 조정을 접근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 개혁 논의는 권한 남용 우려를 불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데, 서로 수사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찰이나 검찰이 제대로 된 다이어트는 하지 않은 채 폼나는 옷을 걸치려 하는 셈이다. 여기서 다이어트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 검찰의 경우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 수사를 줄이는 것은 범죄에 눈을 감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도 99%에 가까운 사건은 고소나 고발에 의해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로 넘기고 있다. 소수의 ‘기획수사’를 통해 정계와 재계를 겨누고, 그 때마다 ‘구조적 비리를 파헤쳤다’고 자평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무죄가 나오는 비율이 높다.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는다 한들, 피고인들은 푼돈에 불과한 형사보상금 정도를 받는다. 보통 사람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검찰의 임무는 99%의 사건에서 경찰이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없는지 감시하는 일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수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수사만능주의도 떨쳐내야 할 의식이다.

경찰의 경우 검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권한이나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바란다. 하지만 권력자가 마음대로 다루기엔 검찰보다 경찰이 더 편하다는 우려를 불식하는 게 먼저다. 수뇌부가 일선 수사 부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면 현재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검찰의 문제를 고스란히 가져오게 된다. 자치경찰제와 직장협의회 도입을 통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의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접근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공수처 도입안을 발표하며 “건전한 경쟁관계 속에서 각자 더 열심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의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수사하는 주체가 경찰인지, 검찰인지,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인지 중요하지 않다. 수사의 목표가 사안이 아닌 ‘사람’에 맞춰지는 소위 ‘타깃 수사’가 계속되고 헌법이 정한 절차가 실질적으로 담보되지 않으면 권한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건, 다른 수사기구를 추가하건 큰 의미가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일선 청 특수부와 공안부 등 고소, 고발 없이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줄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일선 청인 서울중앙지검의 특수 수사 인력은 더욱 비대해졌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계속되는 ‘적폐수사’를 위해 일시적인 몸집 불리기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직접 영향이 있는 형사부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게 됐다.

경찰 역시 방대한 정보수집 능력과 직접 수사권한을 같이 쥘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앙청의 통제권한을 어떻게 내려놓을지도 제시해야 한다. 아직 이철성 경찰청장이 말하는 ‘인권정책관’ 도입이나 자치경찰제 추진은 어떻게 시행될지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피의자가 조사를 받고, 진술을 받는 과정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검찰에서 조사받는 편이 그나마 말이라도 통한다’고 토로한다.

다이어트는 실행이 중요하다. 결심만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추상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개혁을 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의 권한을 그대로 두고 어느 쪽이 가져갈 지를 다투는 게 아니라, 각자 얼마나 권한을 덜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야 한다. 칼로리를 소모하고, 음식을 덜 먹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결국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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