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절반의 성공’ 체면치레…쇼트트랙 아쉬운 4가지

초반부터 질주…느린출발 안통해
한국 전술 모방 각국 수준 평준화
우리끼리 눈치작전, 추월동력 저하
트렌드 맞는 전략수립도 미흡

평창올림픽이 개막되기 전, 우리 선수단과 외신들이 전망한 한국팀의 쇼트트랙 금메달 수는 8개 중 6~7개 였지만, 실제로는 3개에 그쳤다. 목표의 반타작. 날로 경쟁이 치열해 지는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참가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려 체면치레를 했다.

홈 링크의 한국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은 경기 트렌드의 변화, 외국팀의 한국 기술 모방과 방어대책 성공, 한국팀내 새로운 전략의 미비 등 4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앞서가기= 트렌드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단거리 중ㆍ장거리 모두 ‘초반 앞서가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8개 종목에서 세계신기록과 올림픽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캐나다는 킴부탱을 중심으로 초반부터 앞서가기 전략을 구사해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메달을 가져갔다. 킴부탱 혼자서 금 1, 은 1, 동 2개를 땄다. 공간이 좁은 쇼트트랙의 특성상 추월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선두를 유지하되 추월당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선택하다보니 신기록이 양산됐다.

외국팀은 한국 기술 모방으로 격차를 줄였다. 특히 한국팀의 전유물인 인코스 파고들기는 캐나다, 중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내로라 하는 경쟁국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능숙하게 구사했다.

▶한국의 노하우 모방과 방어, 춘추전국= 상대가 추월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능력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 특유의 자신감 있는 코너링을 통한 ‘외곽 추월하기’ 역시 헝가리의 꽃미남 스타 산도르 류 샤오린,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 등이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자연스럽게 메달은 분산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24개 금ㆍ은ㆍ동메달 중 한국 6개, 캐나다 5개, 네덜란드 4개, 이탈리아 3개, 중국 3개, 헝가리, 미국, 러시아가 각 1개를 땄다. 한국이 금3, 은1, 동2개, 캐나다가 금1, 은1, 동3개, 네덜란드가 금1, 은2, 동1개, 중국이 금1, 은2개, 이탈리아가 금1, 은1, 동1개, 헝가리가 금1개, 미국이 은1개, 러시아출신 선수가 동1개를 차지했다.

▶한국 새 전략 적용 미흡= 한국은 만성적인 500m 늦은 출발을 개선하지 못했고, ‘초반부터 앞서가기’라는 새 트렌드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중ㆍ장거리에서 초반전 느릿하게 가다가 막판 추월하는 전통적인 전략을 고수했다.

22일 열린 남자 500m는 한국 선수 2명이 결승진출자 4명 중 2,3위를, 여자 1000m에선 한국선수 2명이 출전선수 5명 중 3,4위를 너무 오래 달렸다. 경쟁자들의 추월 방어선 구축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반 무렵부터는 전력질주로 앞의 좋은 자리를 선점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선수끼리 눈치작전= 한국선수들의 전통적인 전략인 중위권 지키기는 우리 선수가 2,3위, 4,5위에 나란히 달리는 바람에 우리끼리의 충돌과 접촉으로 이어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추월 동력의 저하로 귀결됐다.

여자 1000m의 경우 중간과 후미에서 한국의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라는 느낌인 들던 중, 1바퀴 1/4을 남긴 지점 코너지점에서야 한국선수가 한국선수를 추월하다 아리아나 폰타나, 심석희, 최민정이 겹치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끼리 충돌사고를 내고 말았다. 남자 500m에서도 2,3위를 달리던 두선수가 자주 접촉하며 추월의 동력을 서로 잃게했다.

밴쿠버 2관왕인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두 선수가 붙어있지 말고 한 선수가 선두경쟁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쟁에서 양보는 없지만, 경기전 우리선수끼리의 충돌 및 접촉 방지를 위한 전략까지 세웠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 만한 모종의 기류가 흘렀다면, 그건 참으로 큰 문제이다.

강릉=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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