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온 국민 사로잡은 ‘걸크러시’, 평창 흥행 이끌다

- ‘걸크러시’로 달궈진 평창
- 경기장 안팎 ‘우먼파워’ 大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평창에 ‘걸크러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 여자 국가대표들이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탄탄한 경기력에 국민들은 열광했고, 선수들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은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스타로 꼽힌다. 경기 내내 무표정으로 경기에 몰두, 팀을 이끄는 모습은 온 국민을 팬으로 만들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렸다. 경기 중 팀원 김영미를 부르는 외침 ‘영미야’는 유행어로 등극했다. 뿔테 안경을 썼다는 이유로 ‘안경선배’ 별명도 생겼다. 어떤 상황에도 변화가 없는 무표정한 얼굴은 각종 패러디에 활용됐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다.
 

23일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와 함께 김영미와 김선영, 김경애 등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도 온 국민의 사랑과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완벽한 팀워크, 한국 역대 최고 성적 등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갔다. 외신이 붙인 수식어 ‘갈릭걸즈(마늘소녀)’ 때문에 이번 대회 최대 수혜 도시는 평창이 아닌 의성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평창 ‘스타’는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다. 이들은 대회 초반 열린 3000m 계주 예선에서 한 차례 넘어지고도 완벽한 팀워크와 압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넘어져도 1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시켰다. 한순간의 장면이 심석희와 최민정, 김아랑을 ‘유명 선수’에서 ‘국민 스타’로 바꿔놨다.

해외 또한 여자 선수들의 활약에 더 크게 열광했다. 앤드루 빌링스 앨러배마주립대 교수 등 연구진이 평창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의 프라임타임(동부시각 오후 7∼11시) 방송물을 분석한 결과, 여자 선수에 관한 방송물이 남자 선수보다 더 많이 내보냈다. 특히, 전 세계 관심은 여자 알파인스키의 ‘스키 여제’인 린지 본과 ‘스키 요정’ 미카엘라 시프린에게 집중됐다. 본이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활강 경기 생중계 시청자 수는 2천50만명에 달해 이번 대회 최다를 기록했다.

빌링스 교수는 “평창올림픽은 주관방송사가 남자 선수보다 여자 선수를 더 많이 다룬 첫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자선수들이 돋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노력이 있었다. IOC는 2014년 발표한 ‘어젠다 2020’을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참가선수 중 여성의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3월부터 ‘성평등 리뷰 프로젝트(Gender Equality Review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자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경기를 늘렸다. 혼성 종목이 추가됐고, 몇몇 남자 종목이 사라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겨울올림픽 사상 여성ㆍ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썼다. 컬링 믹스더블과 알파인스키 팀 이벤트가 이번 대회서 새롭게 채택됐고, 루지 팀계주와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도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평창올림픽 종목 중 여성의 출전이 허용되지 않은 종목은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합쳐진 ‘노르딕복합’ 하나뿐이다.

여자 선수 몫의 금메달도 전체 금메달 102개 가운데 45개로 늘었다.

그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은 역대 동계올림픽 중 여자 선수 비율이 가장 높은 대회로 기록됐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여자 선수 비율은 41.5%(1212명)에 달한다.

역대 동계올림픽의 여성 선수 비율은 제1회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대회 때 4%에서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25%로 늘었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40.3%로 올랐다.

경기장 밖을 둘러봐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는 ‘우먼파워’ 역할이 컸다. ‘평창의 얼굴’ 자원봉사자 1만4545명 가운데 여자 자원봉사자가 1만924명으로 69.8%에 이른다.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김연아와 나승연 전 평창유치위 대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우먼파워가 평창 올림픽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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