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연예계가 ‘미투’ 운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미투’ 운동이 문화계에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자고 나면 한두건씩 ‘미투’ 사례가 나온다.

배우 최일화는 과거 성추행 사실을 자진 고백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침묵하던 배우 오달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배우 곽도원은 성추행 배우로 지목된 데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미투 운동이 과하다는 말도 들리고, “이러다 문화계 인사중 살아남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폭로와 가해자의 인정과 부인 사이에서 잡음과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미투’ 운동이 계속돼 연예계가 정화되어야 한다. 연예계에서 많은 인사들이 퇴출되면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더욱 좋아지게 된다. 조민기가 교수로 있던 청주대 연극학과 18학번 학생들은 좋겠네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성추행을 일삼는 사람은 권력이 더 커지기 전에 꺾여야 한다. 그래야 ‘괴물’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초기에 퇴출되든지, 아니면 초기에 지적받아 혼이 난후 그 다음부터는 조심하든지 해야한다. 그래야 듣기도 민망한 80세가 넘은 문화계 대부의 성추행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성추행을 하는 문화계 권력은 아무리 실력이 있고 공헌도가 많다 한들 ‘모래성’이고 ‘적폐’일 뿐이다.

연예계의 성추행도 권력관계에서 이뤄지고, 모두 갑질의 형태다. 연예계 성추행은 몇가지 유형을 띠고 있다. 배우를 겸하는 대학교수가 학생이나 후배 여배우에게 행하는 성추행이다. 연극 연출가나 영화감독이 여배우나 스태프에게 가하는 성폭력도 있다. 이윤택의 경우 연출가와 극단 단장, 대학교수를 모두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야만적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방송국 PD가 연기자나 작가, 스태프에게, 또 가요제작자(기획사 사장)가 연습생이나 신인 가수(배우)에게 성추행을 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두 전자는 후자에게 학점이나, 캐스팅, 계약 등에 관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화계에 ‘미투’ 운동이 중단돼 성추행을 방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성추행은 자체로도 미개하고 추악한 폭력이지만, 문화계의 일이 그것을 매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문화권력자의 성추행을 방관하지 않으면 실력과 재능과 관계없이 배제될 수 있다. 피해자는 뭔지도 모르고 당할 수 있다. 이 또한 참으로 더럽다. 공정과 정의를 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우리 사회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폭력 피해자가 한 명이 나오면 피해자가 당하기 쉽다. 10년전에 당한 성추행이라면 입증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가해자들에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피해자가 곤욕을 치르고 피해자의 이름만 부각됐다. 그러니 많은 여배우들이 당해놓고도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3~4명만 나와도 피해자가 잘 보이지 않고, 가해자의 행각이 보이게 된다. 가해자가 섣불리 부인하지 못한다. 문화계 ‘미투’ 운동은 더 좋은 시스템에서 일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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