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큰손들 美국채 팔아치운다…달러화 약세 때문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달러화 채권의 매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3주 동안 일본 기관 투자자들은 총 2조1천억엔(약 21조 원)의 해외 채권을 팔아치웠다. 특히 셋째 주에는 매도 규모가 주간 단위로는 지난해 4월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재무성 자료에는 국가별 통계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일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 어느 정도의 미국 국채를 사들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아직은 공개되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후반부터 미국 국채와 달러화 채권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총 3조6천억엔 상당의 미국 국채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미국 국채와 달러화 채권을 기피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는 예산과 기타 정책들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이런 우려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달러화 약세가 무역에는 좋은 측면이 있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므누신 장관은 문제의 발언을 서둘러 수습했지만 이달 21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달러화의 약세를 무역적자를 시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우려를 되살렸다.

노무라 자산운용의 가와기시 마사히로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화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는 건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자사 채권팀은 달러화 자산 대신 인도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런던 법인의 한스 레데케 글로벌 외환 수석전략가는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도가 최근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중요한 요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엔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올해 들어 5% 정도 하락한 상태다. 반면에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에 대한 달러화 가치의 하락폭은 이보다 적은 편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우려는 단명할 수 있고 데이터상으로 이를 파악하기도 어렵지만 일본 정부와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1조1천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우려는 심각한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최근 3%선에 근접한 반면에 일본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0.1%를 밑돌고 있고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0.65%에 머물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미국 국채의 최근 금리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화 자산 매입을 부추길 것이다. 하지만 달러화가 약세라는 것이 이들에게는 부담이다.스테이트 스트리트 도쿄 지점의 바트 와카바야시 상무는 미국 예산과 무역 적자에 대한 우려가 일본 투자자들에게 경계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 UFJ 고쿠사이 자산운용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지난 1월말 49억 달러의 운용 자산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채권의 비중을 38%로 축소했다.

39%였던 지난해 12월말보다는 소폭 줄어든 것이지만 46%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대폭 삭감된 셈이다. 이 회사의 국채투자 책임자는 대신에 1년전 21%였던 유로화 채권의 비중을 30%로 늘렸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미국 국채와 달러화 채권의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대대적인 비중 축소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인도와 같은 개도국 채권 시장은 규모도 작고 유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노무라 자산운용의 가와기시 CIO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가 3%를 넘는 선에서 안정된다면 미국 채권의 비중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강한 달러를 원하고 있다고는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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