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과잉의 정치’…중용은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절제와 중용의 의미를 담고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자기 ‘PR’(Public Relation) 시대에 튀지 못하면 사라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이 사자성어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특히 정치인은 우스갯소리로 부정적 기사라도 자신의 이름이 나와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며 언론 노출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둬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약 2주 남짓한 기간에도 정치권의 ‘과잉’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6일 설날 아침 스켈레톤 종목에서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화면에 잡혔다. 필자 역시 금메달 소식에 기뻐하던 것도 잠시.

박 의원이 그 자리에 왜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박 의원이 화면에 잡힌 곳은 올림픽위원회의 인가가 없이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로 특혜논란이 불거졌다. 가족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을 의원 신분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분노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번졌다.

박 의원의 해명도 이어졌다. 스켈레톤 경기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유를 받아 초청 게스트로 참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의 인터뷰에서는 박 의원을 알지 못한다며 해명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의 롱패딩도 논란이 됐다. 박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에게만 지급된 롱패딩을 입고 평창에서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박 의원은 다시 비난이 일자 “동료 의원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상황들이 선수단 응원을 위한 박 의원의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싶다. 그러나 박 의원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된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에서 최대한 자신을 알려서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인들의 행보가 비단 박 의원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박 의원은 제대로 된소리를 맞은 셈이다.

‘과잉’은 국회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고위급대표단이 참석하면서 여야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訪南)을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천안함 주범’이라며 극렬히 반대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부위원장의 폐회식 참석이 알려지자 지난 22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를 하거나 ‘사살’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되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은 그가 미국과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이란 점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표현상의 과격함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살’(射殺)의 뜻을 풀어보면, 총이나 화살을 쏴 죽인다는 의미다. 전쟁 중에도 적의 사신은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김 원내대표의 과격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6일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국회 운영위에 출석시켜 직접 대답을 듣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당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집권당이 법안을 처리하고 국회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여야 관계를 이뤄야 하는데 이렇게 철저하게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무시하고 대통령은 야당을 탄압하고, 정말 ‘할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살’, ‘할복’과 같은 과격한 표현이 여과 없이 알려졌다.

정치권의 과잉 행보와 과격 발언이 비단 이들 의원들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입법 활동을 통해 팍팍한 국민의 삶을 위무해도 부족한 판에 정도를 넘어선 언행은 국민적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절충과 타협만이 미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민생법안 처리는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미 3월 임시국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여야가 ‘강대강’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회는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안 됐다. 국회에 부는 ‘한파’로 추위에 시달려야 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고, 정치권은 이를 감내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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