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죄는 구조조정] 외부 눈치에 골든타임 허비…경제성 위주 체질개선 시급

시간끌어 공적자금 수조원 허공에
한국GM·금타 처리에도 타산지석

정부가 8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중견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경제성 원칙의 철저한 구조조정과 산업 체질개선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조선업 등의 근본적 구조조정을 미루고 업황 개선에 의존하면서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하면서 조선산업은 물론 한국GM이나 금호타이어 등 핵심기업 구조조정도 정치논리에 좌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정권 초반기인 지금이 구조조정과 개혁의 적기임에도 과감한 개혁의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구조조정과 개혁을 미룰 경우 경제체질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조선산업의 경우 경기가 침체에 빠진 10여년 전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근본적 구조조정을 미루고 잇따라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오히려 부실을 키워왔다. 성동조선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파생상품 거래 손실과 수주 부진 및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한 이래 5차례에 걸쳐 4조원을 투입했지만 회생에 실패했다.

8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에 대해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종결하고 법정관리를 택했지만,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회계법인의 실사결과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2000억원)를 훨씬 웃돌아 생존이 의문시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차 실사에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청산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금융논리에 산업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다시 외부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시간을 늦춘 것이 결국 성동조선은 물론 조선산업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 주력기업도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정치권 등 외부 눈치를 보고 있다.

미국 GM 경영진은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이용해 정부에 자금지원을 압박하까지 했다. 지난달 방한한 GM 경영진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히고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여야 정치권을 먼저 찾아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그동안 정부가 철저한 경제성과 시장논리를 외면하고 정치적 고려나 외부 입김에 따라 채권은행을 통해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해온 탓이라는 지적이다.

GM은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한국에서 사업성이 있으면 투자를 확대하지만 사업성이 없으면 철수하게 돼 있다. 그동안 GM은 한국에서의 자동차 생산물량을 감축하는 등 사실상 철수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이며,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정부가 지원해주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실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면밀한 경제성 검토 대신 정치논리에 휘둘려 구조조정이 겉돌 경우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 손실은 더욱 확대되고, 관련 산업의 회생을 지체시킴은 물론 경제를 더욱 깊은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경제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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