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없는 골목상권…식자재마트 ‘우후죽순’

경기·인천 100여곳 성업…공산품·가전도 취급
주차·무료배송·이벤트 등 대형마트 축소판
의무휴업 등 유통법 규제 피해 편법 운영
동네상인 “어렵게 자리잡아가는데…” 갈등

식자재마트가 골목상권에서 또다른 공룡 유통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일정 규모 이상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사각지대를 틈타 확산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ㆍ인천지역에서만 모두 100여개 식자재마트가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매장면적 1000㎡(약 300평) 이상의 중대형마트로, 최근 2~3년새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지역에도 속속 식자재마트가 들어서고 있다. 

중대형 마트인 식재자마트가 빠르게 골목상권을 장악하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사진은 인천 도화동에 위치한 D식자재마트 내부 전경.

식자재마트는 동네마트나 수퍼와 다르게 주차 공간을 갖고 있으며 대량 포장 제품부터 소량 제품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제품 진열이나 동선도 대형마트 식품매장과 흡사하다.

특히 식자재마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물류기지를 보유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상권을 파고 들고 있다.

여기에 일정금액 이상 구입시 무료 배송까지 해주고 있어 동네상권의 독보적인 유통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걸어서 인천 도화동의 D식자재마트를 이용하는 김모(42) 씨는 “다양한 종류의 식자재가 구비돼 있고 특정 날짜엔 이벤트도 열려 저렴한 장보기가 가능하다”며 “제품을 값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근 대형마트보다 자주 오게 된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3만원 이상만 구매하면 무료 배송도 해주니 차를 갖고 가야 하는 대형마트보다 장보기가 더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8개의 구와 2개의 군으로 이뤄진 인천시에만 모두 40여개의 식자재마트가 들어서 있다. 1개 기초자치단체마다 4개의 식자재마트가 입점해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들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출점 제한이 이뤄지고 있는 사이 식자재마트는 빠르게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현행법 상 매장면적 3000㎡ 이상 유통점포는 매월 일요일 2차례 의무휴업해야 하지만 식자재마트는 이 규제 대상에서 예외다. 심지어 일부 식자재마트는 건물 여러개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규모가 4000㎡(약1200평) 이상이지만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도 했다.

품목도 식자재에 그치지 않는다. 3층 규모로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식자재마트는 창고형 도매물류를 내세워 청과야채ㆍ정육, 생선 등 농ㆍ축ㆍ수산식품부터 공산품, 생활용품, 소형가전, 완구문구, 애견ㆍ차량용품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 품목을 갖춰 대형마트의 축소판으로 불리고 있다. 심지어 카드사와 협약을 맺고 제휴카드까지 발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식자재마트가 대형마트 입점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파고들면서 인근 소상공인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식자재마트를 별도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 행정기관 허가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며 각종 유통법 규제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도화동 D식자재마트 인근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염모(59) 씨는 “말이 식자재 도매 물류지 사실상 대형마트와 흡사하다”며 “식자재마트가 들어선 이후 가격ㆍ품목 경쟁력 밀려 매출이 40%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파주시 J식자재마트 주변의 한 상인은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 식품 매장을 떼어놓은 것 같다”며 “골목상권에서 어렵게 자리잡아가고 있었는데 더 영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박세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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