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희정 파문…죽음 5단계 경험하는 충청도

-민주당 우세이던 지방선거 분위기, 일순간에 백중세로
-지역 민심은 싸늘…짜증과 분노

[헤럴드경제(홍성)=홍태화 기자]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부하 직원을 성폭행했다는 고발이 일어나자, 지역은 현실부정과 분노가 뒤섞였다. 초기 ‘정치적 공세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은 점차 분노로 바뀌는 중이다. 마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부인ㆍ분노ㆍ협상ㆍ우울ㆍ수용)처럼 도민은 반응했다.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68세 이모 씨는 지난 7일 “우리 충청도는 기대했다. 대통령이 충청도서 나온다고, 그렇게 기대했다. 충청도 사람 맘씨가 얼마나 좋은데, 그(안 전 지사)가 논산 출신이라고, 뒤에 누가 있다”고 말했다.

44세 최모 씨, 58세 인모 씨, 60세 길모 씨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길씨는 “사연이 있을 것 같다”며 “아직 민주당에 거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중ㆍ장년층 사이 염원으로 남아있는 충청도 출신 대통령에 대한 몰입이다. 안 전 지사 대망론은 도민도 같이 꾸는 꿈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종래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희정이’에 대한 믿음에 음모론을 펼치다가도, 대화가 깊어질수록 배신감을 토로했다. 38년생인 최모 씨도 “팽 돌아. (지역은) 싸늘해지고 있다”라며 “지 부하를 그리해서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사람이 덤덤해서 참…(좋았었는데)”라고 강조했다.

이런 지역 민심에 대해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있었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니 똑같은 심리다”며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거치는 일종의 자기합리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안 전 지사에 대한 관심이 없던 젊은 세대는 상황에 대해 빠르게 분노하고 수용했다. 대화에 응한 20대 8명은 공통으로 ‘정치는 잘 모른다’며 운을 뗐다. 정치인에 대한 기대도, 충청도 대통령이란 소망도 없었기에 성폭력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저 ‘그 세대’가 또 잘못한 것”이란 이야기가 이어졌다.

청운대에 다니는 21살 천모 씨는 “기성세대에서 나온 이야기”라면서 “또다시 실망감이다”고 했다. 이어 “이걸 음모론이나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내용을 어른에게서 들어봤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신입생 남모 씨도 “울컥했다”며 “그저 일어나야 하는 정의로운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자부심 차이에 따라 속도는 차이 났지만, 결국 분노와 수용으로 민심은 기우는 흐름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속도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결국 현실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 교수는 “결국, 이런 경우엔 분노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며 “개인 일탈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인간은 더 격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를 걱정했다. 사건이 터진 후, 관사까지 찾아가 봤다는 길모 씨는 “지금은 민주당까지 여파가 가지는 않았지만, 걱정을 많이 한다”며 “홍성이라고 하지만, 경상북도 예산군이라고 인식하는 이들도 있다. 시골표가 많다. 박수현 예비후보에도 영향이 점차 갈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지역 정치인은 “상대 진영에서 점점 쫓아 들어오는 모양새다”며 “쫓기는 입장이고 점점 백중세가 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이날 도청에는 ‘성폭력당 성폭력 정권 문재인은 퇴진하라’는 피켓을 든 3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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