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확산 파장]“여직원과 말 섞기도 겁난다”…미투가 바꾼 직장 풍경

-“사소한 언행도 조심”…술자리ㆍ노래방 회식 줄어
-“긍정적 변화” vs “남녀 간 벽 생겨” 엇갈리는 반응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이모(32) 씨는 얼마 전 회식에서 만취하는 바람에 여자 후배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다. 집 방향이 같았던 여자 후배가 지하철역까지 동행했다. 아무 일이 없었지만 다음날 이 씨는 여자 후배에게 먼저 연락해 사과부터 했다. 여자 후배가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준 과정에서 혹시나 있었을 실수를 걱정했던 것, 여자 후배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이 씨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이 씨는 “안 그래도 미투 운동이 거센데 귀갓길에 혹시라도 내가 실수를 저질렀을까 봐 걱정했다”며 “요즘은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2. 7년차 직장인 전모(35) 씨도 미투 운동 이후 변한 것이 하나 있다. 회사 여자 후배들과 최대한 말을 섞지 않으려고 하는 것. 평소 선후배들과 농담도 자주 주고받는 전 씨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자 후배들과 문자하는 것조차 꺼려지기 시작했다.

전 씨는 “아무리 내가 예전처럼 편하게 말을 해도 상대방 입장에선 다르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생길 소지를 아예 막기 위해 최대한 대화 기회를 피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단체톡방이 아닌 이상 개인적인 문자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직장인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감지된 곳은 직장 선후배간의 모습이다. 남자 선배들의 경우 여자 후배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특히 술이 곁들어지는 회식이나 노래방 문화는 웬만해서는 피하자는 분위기다.

여직원이 많은 직장에 다닌다는 김모(45) 씨는 “요즘엔 눈치가 보여서 예전에 자주 하던 노래방 회식은 커녕 술자리도 잘 하지 않는다”며 “남자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직장 문화 변화가 성추문 논란을 없애려고 이성과의 자리 자체를 피하는 ‘펜스룰’ 문화로 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펜스 부통령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여성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2년차 직장인 주모(29ㆍ여) 씨는 “입사 초기엔 회식에 의무 참석하는 것은 물론 술까지 억지로 먹었고, 상사가 어떤 말을 해도 그냥 참는 분위기였는데 미투 운동 덕분인지 요즘은 여성의 불편함을 먼저 신경 쓰는 분위기”라며 “미투를 계기로 불편한 직장 문화가 전반적으로 사라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남녀를 아예 분리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년차 직장인 박모(31ㆍ여) 씨는 “미투 운동의 본질은 결국 성별과 권력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자는 것일 텐데 미투 운동으로 오히려 남녀 간의 벽이 불필요할 정도로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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