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사태, ‘경쟁력 제고’는 뒷전으로 밀리고 ‘자금 지원’에만 급급

-中에 내준 중소 조선 시장, 선종 특화 등 건조 능력 재조종 시급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2003년 세계 조선업계 처음으로 육상건조 방식을 채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던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8년간의 구조조정에 사실상 실패했다. 세계 조선업 불황이 1차적인 원인이지만, 오랜 구조조정 기간 동안 수주 경쟁력 제고는 뒷전으로 밀리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정부 지원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성동조선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직면한 현주소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8위까지 올랐던 성동조선은 2010년 4000억원 넘는 손실을 보면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자율협약)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채권단이 4조원 가까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진=경남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육상 건조한 정유운반선을 바다에 띄우기 위해 플로팅 도크로 옮기는 로드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성동조선은 여러 차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그때마다 수출입은행이 총대를 멨다. 신규 자금을 넣거나 출자전환을 하며 성동조선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시중은행이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일찌감치 빠져나간 자리를 수출입은행이 메운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성동조선의 주력 시장은 중국 조선업체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성동조선 등 중소 조선사의 주력 선박인 범용선(유조선·컨테이너선·벌크선)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무의미해졌고, 원가 경쟁력은 떨어졌다. 재무구조 개선에만 매달리면서 기술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지원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성동조선의 생명을 연명시키는 데만 집중했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며 “기존 (중소형 조선)시장이 중국 측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면서 조선업 시황이 좋아지기만을 한없이 기다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은 2007년 262억 달러를 수주하며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었다. 작년에는 3억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이 중소형 조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일감은 급격히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 경제를 살린다며 구조조정을 뒤로 미룬 채 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데만 급급했다. 선종특화와 희망퇴직, 유휴자산 매각 등 국내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던 셈이다.

홍성인 한국산업연구원 박사는 “대형 조선사에 비해 중소형 조선사들은 더욱 긴 구조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상당히 뒤처진 측면이 크다”며 “중소 조선 시장의 산업생태계를 고려해 국내 업체들의 건조 능력을 현 시장 상황에 맞게 재조정하는 노력은 민관이 함께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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