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페미니즘 오해와 진실] “여자니까 봐줘” 이것도 여성혐오…

#. 평소 여자친구와 잘 만나고 여성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는 직장인 A씨는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듣고 이해가 안 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혐오한다는 걸까?

이는 여성혐오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발상이다.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고 증오(hatred)하는 의미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차별에 대한 이슈에서 여자든 남자든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선을 긋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결혼해서 아이는 함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주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양육에 있어서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인식 자체가 페미니즘적 발상인데도 이를 부정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남성에 반대하고 여성만의 권익만을 주장하는 반사회적인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페미니즘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풀어봤다.

▶ 여성혐오의 다양한 방식 =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사회풍토, 성적 대상화 등 성차별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시선, 여성의 성적 욕구를 금기시하는 풍토 등 여성에 대한 편견도 여성 혐오다. 따라서 단순히 ‘김치녀’, ‘된장녀’ 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여성혐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여성혐오가 될 수 있다. 여성을 약한 존재로 생각하는 편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오해하기 쉽게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일까. 본래 여성혐오는 미소지니(misogyny)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됐는데,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여성증오로 자리 잡게 됐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여성혐오가 아니라 미소지니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성혐오는 남성만 하는 것도 아니다. 여성들도 스스로나 다른 여성에게 여성혐오를 한다. 외모를 꾸미지 않는 여성에게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거나, 결혼을 안 한 미혼 직장인에게 “30대가 넘어가면 안 팔린다”고 걱정하는 것도 여성혐오다. 여성은 무조건 예뻐야 하고,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객체라는 왜곡된 인식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男 “남혐이 왜 없어요? 남성도 차별 받아요” = 페미니즘은 타고난 성별로 인한 차별을 거부한다. 그렇다면 왜 여성혐오는 외치면서 남성혐오는 없다고 말할까. 앞서 말했듯이 여성혐오가 오랜 세월 계속된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편견에 대한 대항의 의미기 때문에 남성이 사회적 약자이고 차별받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남성혐오가 가능해진다.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혐오냐 아니냐를 규정하는 핵심은 ‘권력 관계’라고 말한다. 혐오란 힘 있는 다수가 힘 없는 여성ㆍ유색인종ㆍ성소수자ㆍ장애인ㆍ이민자 등 소수자 집단의 구성원에게 가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남성들이 받는 언어 폭력이나 비하의 정도가 심해지더라도 현재 남성이 사회적 권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 ‘남성혐오’라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페미니즘의 입장이다.

물론 일부 남성들은 이를 즉각 수긍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살면서 부당한 차별을 경험한다. 남성으로 겪어온 차별도 분명 존재하는데 남성혐오가 없다고 하니, 페미니즘은 여성의 전유물이냐는 불만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페미니즘은 일부 남성들이 ‘남혐’이라 주장하는 모종의 차별과 부당함을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이미 갖고 있다. 성 차별은 페미니스트들이 무엇보다 타파하고 싶어하는 편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세희 김유진 기자/say@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