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피넛버터·오렌지주스에 보복관세…WTO제소 추진”

유럽 보호 세이프가드 발동도 검토

백악관이 8일 오후(현지시간ㆍ한국시간 9일 새벽)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를예정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피넛버터, 오렌지 주스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또한 이번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 정부를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의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조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EU 집행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 조치를 강행할 경우 미국산 피넛 버터, 오렌지주스, 버번위스키 등의 미국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5일 투스크 상임의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브뤼셀에서 만났을 때다. [AP 연합뉴스]

BBC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7일 회의를 열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28개 회원국들의 승인을 구하는 절차에 나섰다.

세실리아 맘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실행할 경우 이에 맞서기 위해 EU는 보복 관세를 부과할 리스트를 작성했다면서 “버번위스키, 피넛버터, 크랜베리, 오렌지 주스, 철강과 기타 공산품 등이 (보복 관세 부과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EU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WTO 제소도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 시장 판로가 막힌 다른 나라의 철강·알루미늄 제품들이 유럽 시장으로 몰려올 것에 대비해 유럽 산업 보호를 위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맘스트룀 집행위원은 “우리는 안보 파트너로서 미국이 유럽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를 바란다”면서 “미 정부가 이것이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런 조치가 실행될 경우 EU의 이익을 침해하고, EU의 수천 개 일자리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호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우리는 그러한 정당화에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EU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게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세이프가드 조치를 위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맘스트룀 집행위원은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고하기를 강하게 촉구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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