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워라벨’…과연 법으로 보장될까요?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업무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일을 증가시키는 등 ‘일과 생활의 조화(Work-life balance)’를 꾀할 수 있음”

고용노동부가 2010년도 발표한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 매뉴얼’에 적힌 내용이다. 요즘 트렌드로 꼽히는 워라벨은 이미 8년전 정부 자료에 나와 있었다. 


#9.2%…법으로도 멀기만 한 워라벨

정부가 워라벨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유연한 근로시간제 중 가장 먼저 소개된 제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다. 이는 특정 일의 업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업무시간을 줄여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 내로 맞추기 위한 제도다. 결국 총업무량이 늘어나지 않으면 그만큼 개인의 여가시간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51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6년 뒤인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률은 9.2%에 불과했다. 법으로도 워라벨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노사 서면합의(집중 근무일 3개월 이내일 경우)가 있어야 하는 등 전제 조건이 따른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족, 대체인력채용 어려움, 제도 이해 미숙 등을 도입 저조 원인으로 꼽았다. 

#카톡만 울리지 않는다면…돈도 포기할 수 있다

2016년 6월에는 근로시간 외 시간에 SNS 등을 이용해 근로지시를 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이른바 ‘카톡 금지법’(근로기준법개정안ㆍ신경민 의원)이 발의됐다. 이후 유사한 형태의 카톡금지법안들이 추가 발의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402명 대상으로 실시한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 문제’에 따르면 업무 외 시간에 업무목적으로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은 평일은 평균 1.44시간, 휴일은 1.60시간으로, 1주 당 11.3시간에 달한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 근로자들은 업무시간 외 스마트 기기를 통한 연락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평균 8.7%의 월 임금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조사결과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이 법안은 2016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올라가긴 했지만 아직까지 검토 상태로 남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 금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 집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현실을 감안했을 때 카톡금지법은 다소 ‘이상적’이라는 해석이 뒷받침된 셈이다. 


#근로시간 축소만으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물리적 워라벨’ 측면에서 진전된 부분은 있다. ‘주 52시간 근로’가 법으로 정해지면서 업무 종료 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도 자동 보장됐다. 각종 운송업, 보건업 등 특정 업종의 경우에도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법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장치만으론 진정한 워라벨을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TAPAS와의 통화에서 “일에 치여 있는 우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것과 함께 진정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가의 즐거움에 더해 일을 통해서도 성취감이나 보람 즉 ‘일의 중심성’을 높여야 한다”며 “일을 통해 보람을 찾으려는 개인의 노력에 더해 직장 내 공정한 보상체계 등도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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