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라인, 미국 상대할 센 남자들 ‘시-왕’ 체제로 간다

시진핑, 인사관례 깨고 왕치산에 대미외교 총대 맡겨
부패 척결 이어 다음 전쟁터는 ‘외교’
외교예산 증액…대외정책 변화 예고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조율할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21세기 포청천’,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왕치산 전 서기를 기용하면서 일명 ‘센’ 정치인 두 명이 어떤 외교 출구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지난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 도착, 시진핑 국가주석 뒤에서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미국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을 잇따라 미국으로 보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미 외교의 해결사로 왕치산 전 서기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왕 전 서기는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 부주석 선임이 유력하다.

9일 둬웨이왕은 중국내 반부패 사정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시진핑이 부패를 진두지휘했던 왕치산을 불러들여 두번째 ‘전장(戰場)’을 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미관계와 대만문제를 전투의 대상으로 꼽았다.

중국 지도부의 인사 시스템에 따르면 이미 퇴임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다시 요직에 기용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덩샤오핑이나 장쩌민 전 주석이 퇴임 후 군사위 주석을 유지한 정도다.

이와 관련해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이 변덕스러운 패권국 미국과의 관계를 다룰 영리하고 열정적이고 다차원적인 인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류허 주임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의 험난한 관계를 다뤄나갈 한 명씩의 키맨을 지정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다면서 국가 부주석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왕치산 전 서기가 가장 눈에 띄는 후보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이 이른바 ‘핑퐁 외교’를 통해 새로운 외교관계를 열 때 양국 리더들을 대신해 협상을 총괄했던 미국 헨리 키신저나 중국 저우언라이와 같은 역할을 이들 키맨들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전 서기는 2009∼2012년 부총리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끄는 등 20년간 각종 외교 업무에 관여했다. 미국 외교 관료도 협상력을 인정할 정도로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내적으로는 지난 5년간 시진핑 집권 1기 정부에서 부정부패 사정 작업을 주도하며 막강한 정치력을 갖췄다.

중화권 언론들도 왕 전 서기가 현재 시 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는 공산당 중앙외사영도소조의 부조장을 맡아 외교 부문을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외교예산을 15.7% 늘려 600억위안(약 10조원)으로 책정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국방예산 증가율(8.1%)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에 신시대 대국 외교를 내세우는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 변화가 예산 증액에 반영됐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중국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는 오는 20일까지 중요한 안건을 줄줄이 처리한다.

11일에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가능하게하는 헌법수정안이 전인대에서 정식으로 통과될 예정이다. 17일에는 국가주석과 부주석, 18일 국무원 총리 선출에 이어 19일에는 정부 각 부의 부장(장관) 명단이 공개된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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