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의 리썰웨펀]‘돈먹는 하마’ 국방개혁 2.0, 성공할까? 군 “수십조원 필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가 최근 “수십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국방개혁 2.0이 본격적인 시동도 걸기 전에 우려를 사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고, 그런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국방개혁 2.0의 본질적 목표인 강한 군대를 육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개혁 2.0에 필요한 예산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국방개혁 2.0은 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다.

이달 초(6일) 국방부가 공개한 ‘국방개혁 2.0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구조 개혁(지휘 및 병력구조 개편), 국방운영 개혁(장군정원 조정 등), 병영문화 개혁(장병복지 개선), 방위사업 개혁(방산비리 근절) 등 국방 이슈 관련 전 분야에 걸쳐 방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국방개혁 2.0이 이제까지 축적된 국방 분야의 각종 해묵은 과제를 모두 모아놓은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군 장병들의 경례에 경례로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개혁 2.0에 수십조원이 필요하다”며 “이 예산이 확보되면 국방개혁 2.0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방 전문가들은 국방당국의 이러한 인식에 대해 “생각의 근본부터 틀렸다”며 질타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정의당, 비례)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국방개혁은 예산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국방개혁은 기본적으로 국방 예산을 줄이면서 국방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이라며 국방부의 예산 타령을 비난했다.

김종대 의원은 “지금 국방부에서 국방개혁 2.0의 과제로 내세우는 사안들 대부분이 DJ 정부에서부터 국방개혁 과제로 다루던 내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지적하신 것처럼 그 많은 국방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지금까지 국방부는 그 예산으로 뭘 했느냐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예산타령, 어디에 돈이 필요한가=국방부는 군구조개혁 분야에서 2022년까지 군 병력을 현재의 61만8000명에서 50만명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육군은 48만3000명에서 36만5000명으로, 해군과 공군은 각각 현재의 7만명과 6만5000명을 유지한다.

인원이 줄면 예산도 줄어야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군 인권 및 복지 수준을 대폭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군 병사 월급을 크게 올리고, 장교나 부사관 등 군 간부의 경우 전세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올린다.

2017년 기준 병장의 월급은 21만6000원인데 2022년이 되면 병장 월급은 67만6100원이 된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의 50%에 달하는 수준이다.

병사의 군 복무기간은 6개월만 국민연금으로 가입됐지만, 앞으로는 군 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학력이 고졸 이하 병사에게는 검정고시 교재와 응시료를 지원하고,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재비 및 학습 콘텐츠 등도 지원한다. 군복무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게 하고, 원격강좌를 통한 학점취득도 지원한다.

병사 급식 수준을 높이고, 기능성 방한복, 방탄헬멧, 전투조끼, 개인천막 등 신형 피복 및 장구류도 보급한다. 도서구입량을 늘리고, 부대 내 PC방인 사이버지식정보방, 풋살장, 간이농구장 등도 늘린다. 군 간부 당직근무비를 올리고 군 직장 어린이집이나 공동육아나눔터도 설치를 확대한다.

제설작업, 제초작업 등 군대 내 사역업무도 민간인력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런 부분에도 모두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방부의 군장병 인권 및 복지 개선 계획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싸워서 이기는’ 강군 육성과 예산 절감이 화두가 되어야 할 국방개혁 2.0이 오히려 군 장병 복지 개선에 몰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과연 이게 국방개혁을 위한 올바른 방향 설정이 맞느냐’는 의문을 부르고 있다.

물론, 국방개혁 2.0이 군 복지 예산만 늘리는 건 아니다. 각종 첨단무기 개발 및 도입을 위한 예산도 물론 책정한다. 그러다 보니 군은 이번 국방개혁 2.0을 통해 군사력 증강, 군 복지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양상이 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소개받은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한정된 예산, 우선 배분할 곳은 군사력 증강” 지적=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추진중인 국방개혁 2.0은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완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려면 군사력 증강이 선행돼야 한다. 국방당국은 이 점에 주목하고 군사력 증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런데 지금 우리 군 당국은 군 장병 복지 개선, 군사력 증강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며 “군사력 증강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군 장병 복지 개선에도 상당한 예산이 필요해 결국 군의 국방개혁 2.0은 돈놀이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두 마리 토끼 중 시급한 한 마리 토끼가 무엇인지 선택해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추진 현황 문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가지 질문’이라는 화두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3가지 질문을 해소할 수 있는 국방개혁 2.0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의 3가지 질문은 ①그 많은 국방비를 가지고 뭘 했는가? ②남북 국방력을 비교할 때 군은 늘 왜 우리 전력이 북한보다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는가? ③역대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외쳤는데 왜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가? 왜 방산비리가 근절되지 않는가 등 3가지다.

그러나 군이 준비한 국방개혁 2.0 추진 현황 문서에는 문 대통령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한 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다. 군 당국이 과거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국방개혁안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이 이번에 공개한 국방개혁 2.0 추진 현황 문서는 한 마디로 ‘과거 국방개혁은 실패했다. 앞으로 국방개혁에 성공하려면 국방예산의 천문학적 증액이 필요하다’로 요약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군 당국의 무조건적인 국방예산 증액 요청이 안보 면에서 종종 공격받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안보 강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증액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 대해 군 당국이 국방예산 증액을 이뤄낼 절호의 기회로 여길 뿐이라는 얘기다.

자기 반성 없는 국방개혁안은 공허할 뿐이다. 만약 이런 내용의 문서대로 국방개혁 2.0이 추진된다면 다음 정부에도, 그 다음 정부에도, 또 그 다음 정부에도 지금과 같은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을까.

군은 오는 4월 스스로 준비한 국방개혁 2.0 계획의 대통령 보고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지금의 국방개혁 2.0 문서를 그대로 청와대로 가져간다면 군은 스스로 자정 기능을 상실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김종대 의원은 “국방개혁은 예산 절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게 상식”이라며 “유독 왜 우리나라는 국방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예산 증액을 이야기하는 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일그러진 구조”라고 군 당국을 질타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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