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 만난다

-北 미사일 발사 중단 100일째 북미정상회담 발표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한반도 운명 분수령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내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한반도정세는 극전 반전을 맞이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으로 평양을 방문한데 이어 워싱턴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은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점 외에도 여러모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한해동안 ‘불바다’, ‘핵전쟁’, 그리고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라는 날선 설전을 주고받았다.

서로를 겨냥해 ‘불망나니’, 그리고 ‘병든 강아지’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두 사람 간 설전은 작년 9월 유엔총회를 전후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리용호 북한 외무성 연설을 듣고 난 뒤 김 위원장에게 ‘꼬마 로켓맨’이란 별명을 붙였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늙다리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했다.

올해 들어서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자신의 책상에 핵단추가 있다고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핵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고 반박하는 등 두 사람 간 신경전을 계속됐다.

평행선을 달리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를 거치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구두 메시지를 통해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과 함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더욱이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지속해야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환영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특히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 등을 둘러싸고 북미 간 조율이 있어야겠지만 현재로선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북미정상회담 합의 소식이 전해진 9일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중단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북한은 100일 전이었던 작년 11월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공개적인 핵ㆍ탄도미사일 시험은 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11월29일 새벽 3시18분 평양 교외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5형을 쏘아올린 장면을 지켜본 뒤 “오늘은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강국 위업이 실현된 뜻깊은 날”이라면서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세운 위대한 힘이 탄생한 이 날을 조국청사에 특기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새로 개발한 화성-15형의 단번 선공에 기쁨을 금치 못하시면서 만족에 대만족이라고, 새형의 로켓 무기체계 개발에 참가한 전체 전투원들에게 자신의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고 격정에 넘쳐 말씀하시었다”고 전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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