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까지 번진 ‘미투’…얀센 퇴사자 “업계 내 성폭력 만연”

-한국얀센 퇴직자, 전사 메일로 성추행 폭로
-“나만 겪은 일 아니고 많은 동료들도 경험한 일”
-한국얀센 진상조사 나서… “엄중 조치할 것”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문화계, 정치계에 이어 의료계까지 확산되고 있는 ‘미투’가 제약업계에까지 번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국적제약사 한국얀센을 그만둔 한 여직원이 퇴사하며 전사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합니다, 꼭 읽어주세요”란 제목의 메일은 지난 금요일(2일)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직원은 7년 정도 얀센에서 근무하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나름 오랫동안 다녔던 첫 직장이어서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얀센을 다니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폭력 및 언어폭력 중 일부를 밝히고자 한다“고 썼다.


메일 내용에 따르면 여직원은 영업부 시절 고객이었던 의대 교수들로부터 여러 차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평소에 점잖다가 술만 마시면 양 옆에 여성을 앉혀놓고 스킨십을 하려고 한다거나 ”나랑 해외학회 같이 갈래?“ 등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여사원은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은 비단 고객들만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있었다고 했다. 메일에 따르면 ”역시 여자 팀원이 들어오면 불편하다“고 말하던 팀장, ”옷 좀 제대로 잘 입고 다니라고 해라“고 말하던 여자선배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여사원은 ”회사 밖 고객보다 지속적인 회사 내 언어폭력들이 더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만 겪었던 일은 아니다. 많은 동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경험들을 털어놨다. 이런 글을 남기는 건 가해자를 지목하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 내 공기처럼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모두가 인지하길 바라며 스스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기 위해 적었다“고 메일 끝부분에 글을 쓴 의도를 밝혔다.

이 메일이 공개된 지난 5일 한국얀센은 서둘러 대표이사와 본사에 영문번역본 보고를 마치고 노조와도 긴급하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얀센 측은 ”성희롱 주장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보고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강력한 내부규정을 통해 징계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제약업계는 업계 내 미투가 확산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의료계에서 미투가 터져나왔고 제약업계 역시 의료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 영업사원들은 처방권을 가진 의대교수들에게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접대를 해 온 관행이 있다. 얀센을 나온 여직원 역시 이런 환경에서 여러 성희롱 및 언어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사례는 밝혀지지만 않았을 뿐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 인사상 불이익 등 피해가 두려워 밝히지 못했던 것들이 제약업계에도 분명 있어 왔다“며 ”이번 미투가 업계에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된 관행들이 이번을 계기로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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