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엔 평양온반 둘째날엔 평양냉면…특사단 방북 뒷얘기

- 북한인사에 건넨 ‘온반·냉면 어떻냐?’ 기억했다 그대로 대접
- 숙소엔 KBS, MBC 나와… 인터넷도 가능해 네이버 접속도
- 김정은 “나에 대한 평가에 대해 잘알고 있다”… 무겁지 않은 농담도

[헤럴드경제=홍석희ㆍ문재연 기자] 정의용 수석특사가 이끄는 대북특별사절단의 평양 방문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소탈한 ‘김여정 패션’을 닮은 북한의 대북특사단 환대엔 배려가 있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잘 알고 있다’며 농담하는 장면에선 ‘자신감’까지 엿보였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방북 특사단에 평양온반과 평양냉면이 대접된 이유도 공개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지난달 방남 당시 목걸이나 귀걸이 등 일체의 장신구를 사용치 않아 오히려 이목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수석특사가 평양온반과 평양냉면을 잇따라 먹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차 방남한 북한 관계자들에게 남측 인사들이 ‘평양온반이 어떤 음식이냐. 옥류관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이 있다는 데 어떠냐’는 인사를 건넸다. 이는 누구나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음식 얘기로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잇기 위한 의도로 진술된 측면이 크다.

정의용 수석특사가 이끄는 대북특별사절단이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만찬을 먹는 장면. 이날 만찬에는 ‘사연 많은’ 평양온반이 대접됐다. 북한 인사와 남한 인사가 섞어 앉은 자리 배열이 눈에 띈다.

그런데 특사단이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 ‘평양온반’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인사들에게 말을 건넸던 음식들이 그대로 나왔다. 첫째날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했던 만찬에 평양온반이, 둘째날에는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게됐다”며 “이렇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세심하고 정성어린 대접을 받았다. 사려깊게 준비하고 마음을 써줬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 특사단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평양 인민은 냉면은 꼭 두그릇씩 먹는다’는 농담 때문에 특사단 인원 가운데 한명이 과식을 했다는 뒷얘기도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통전부장이 더먹을 것을 권유했다. 그 때문에 특사단 중 한명이 ‘녹두 지지미를 이미 많이 먹었는데 또 평양냉면을 한그릇을 더 먹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과거처럼 남측 인사들을 꼼꼼하게 일대일 마크하는 경호도 사라졌다. 과거엔 평양을 방문한 남측 인사들은 대부분 일대일 전담경호원이 붙어 사진촬영이나 입장급지 구역 제한 등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예컨대 특사단 5명은 1박을 묵었던 숙소였던 고방산 초대소의 한층 전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초대소 경내를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둘러보는 것에 있어서도 전혀 경호 또는 감시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열린 경호를 받는 느낌을 특사단이 받았다”고 전했다.

숙소 실내에 설치된 TV에서는 KBS, MBC 등 남한 채널을 모두 볼 수 있었고, 미국 CNN과 중국 CCTV 등 전세계 방송을 골라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터넷 연결도 가능해 네이버와 다음 등 한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 접속도 가능했다고 특사단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은 그래서 숙소에서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배려’를 강조한 대목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정 수석특사가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직사각형의 대형 탁자에 양측이 모두 착석한 다음 정 수석특사가 ‘친서 전달을 하겠다’고 말한 뒤 일어나자 김 위원장 역시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친서를 받기 위해 테이블 사이드로 함께 걸어나왔다는 설명이었다. 당초 정 수석특사는 앉아있는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그림을 상상했으나, 김 위원장이 걸어나와 친서를 받은 것이다. 

정의용 수석특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배려심’을 느꼈다고 전한 ‘친서전달‘ 장면이다. 김 위원장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경우 정 수석특사가 대형 직사각형 탁자를 돌아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해야 했으나, 김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친서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사진을 통해 본 친서를 주고 받는 그 사진이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의 배려심을 느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가 아니라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왔으니, 특사로서는 받는 사람에게 가져다줘야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앉아있으면 서서 받으러 오라고 할 수 없지 않았겠나”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만찬 시간 동안 ‘무겁지 않은 농담’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 가운데엔 김 위원장과 정 수석특사 등이 배석해 앉은 자리에 크게 웃는장면이 유독 많은데, 김 위원장의 농담이 주 소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한국 언론이나 해외 언론에서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 알려진 이미지 등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그리고 그에 대해,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특사단의 말을 전했다.

특사단의 속탔던 뒷 얘기도 나왔다. 당초 특사단은 관례상 김 위원장과의 접견 날짜가 언제인지도 알지 못하고 방북했었다. 두차례 정상회담의 전례를 생각하면둘째날이 유력했고, 상당한 줄다리기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방북 첫째날 김영철 통전부장 접견시 김 위원장과의 접견이 곧 있을 것이란 얘기를 전달받았다. ‘일이 잘 풀리겠구나’라는 느낌을 특사단이 받았던 것도 그 때였다. 특사단이 타고 간 리무진이 도착하는 장소에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맞이하러 나와 있었다. 이후 기념 사진을 찍고 한시간 가량 진행된 접견이 이뤄졌다.

접견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이었다. 남한은 4월 초에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게 되는데, 정 수석특사는 김 위원장이 ‘불만’을 표할 것을 대비해 네가지 다섯가지 안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모든 준비가 사실은 필요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이 먼저 말을 꺼내면서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정 수석특사가 머리를 짜내 수첩에 적어간 4~5가지 절충 방안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김 위원장 덕이었던 셈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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