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년’국정농단주범 재판은 ‘진행형’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국정농단 주범들의 재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년 간 공범들의 재판에선 헌재의 탄핵 사유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헌재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측근인 최순실(62) 씨의 이익을 챙겨줬다며 탄핵 사유를 밝혔다. 민간인인 최 씨를 국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하도록 한 것도 대통령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법원도 지난달 최 씨의 1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최 씨의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국정농단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직무상 권한을 사인(私人)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한 최 씨에게 있다”고 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범행이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의 12개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공모자로 거론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가 최 씨 측근들의 ‘기획물’이라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비로소 최측근들도 구속돼 법정에 섰다.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부당 상납받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두 전직 비서관은 탄핵 심판 당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결국 자취를 감추고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탄핵 심판 증언을 거부했던 최 씨 측근 고영태 씨도 사기 혐의로 수감돼 법정에 여러차례 섰다. ‘박근혜의 사람’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27명이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오는 4월 6일 박 전 대통령과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마지막으로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은 모두 마무리된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지 355일 만에 첫 법원 판단이 나온다.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를 받는 조 전 수석은 지난 2016년 12월 재판에 넘겨진 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받기 위해 대기해왔다.

박 전 대통령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21명의 국정농단 사범들은 항소심에서 2라운드 법정공방에 접어들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항소심에서 검찰 측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특검 도우미’로 불렸던 최 씨 조카 장시호 씨도 1심에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은 만큼 감형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피고인들은 1ㆍ2심을 거쳐 대법원의 법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7명의 전직 청와대 관계자 등 23명이 대법관들의 판단을 구하고 있다. ‘삼성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직 임원 4명의 사건도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배당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외압을 넣은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 ‘이화여대 학사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 씨 등 대학 관계자 6명, 박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에 가담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정기양ㆍ이임순 교수, 최 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돼있다. 

현재까지는 국정농단 사범 가운데 5명이 확정 판결을 받아들었다. 비선의료진으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 김영재 씨와 광고사 강탈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모스코스 대표 김경태 씨는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비선진료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과 이화여대 학사비리에 연루된 하정희 교수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했다. 김영재 씨의 아내 박채윤 씨는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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