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만난다…北·美 5월 정상회담 개최

특사, 트럼프에 김정은 친서전달
김정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
트럼프 “큰 진전…제재는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수석 대북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하며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후 나온 결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 5월중 북미회담이 잇따라 전개되는 양상이다. 대신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최고 수준의 대북제재 상황은 풀지 않기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시간으로 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영원한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을 5월에 만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친서를 전달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북한의) 비핵화에 동의했으며, 그 어떤 미사일 또는 핵실험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의 연례 군사 훈련에 대해 ‘이해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나길 갈망한다는 의사도 표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2·3면

정 실장은 “한국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한국의 동맹국들과 함께 한반도가 영구적인 비핵화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외교적 수단으로 평화롭게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이다”며 “한국과 동맹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데에 동의했다. (대북) 압박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만남이 계획됐다!”(Meeting being planned!)고 밝히며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과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했다. 또 이 기간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없다.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트럼프 회담일정이 공식화 되면서 장소가 어디가 되느냐도 관심 거리다. 이날 발표에서는 장소를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UN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이나 한국 서울, 또다른 제3국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정 실장은 지난 5일 수석특사 자격으로 대북특별사절 대표단 4명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8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2박 4일 일정으로 방미한 정 실장의 이날 방미에는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 거의 잡혀 있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은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대북특사의 방북이 당초 예상보다 2주이상 빠르게 잡히면서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때문에 미국과의 일정 조율도 사전 준비 보다는 현장 조율이 많았다.

그런데 정 실장이 방미한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이 잡혔고, 접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큰 결단’까지 내리면서 관련 사안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방북 수석 특사였던 정 실장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의사까지 끌어내면서 이제는 북미 대화 중재에까지 성공한 셈이다.

정 실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이 예상보다 이르게 잡힌 것도 의미가 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심의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하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큰 의미다. 과거 남북관계 개선 때마다 제기됐던 ‘한미갈등’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게 될 경우 한미 갈등을 소재로 한 보수 야당의 공격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는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만나는 장면은 없었다. 북한 정상이 남한 정상과 미국 정상을 한달 간격을 두고 동시에 만나는 것 역시 과거엔 없었던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홍석희 기자/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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